[12·3 비상계엄 1년] <하>민주 ‘무소불위’, 국민의힘 ‘지리멸렬’…“분권형 개헌해야”

이상훈 기자 2025. 12.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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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2025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대한민국은 대혼돈의 1년을 보냈다. 새 정부 출범 후 국정 정상화의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되나, 정치권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고 사회적 균열은 깊어졌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쳐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전면에 내세우며 개혁 드라이브라는 이름의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강경 노선을 고수하면서 외연 확장에서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등장한 것은 계엄사태 이후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비상계엄 1년을 계기로 양당 모두 기조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리멸렬한 야당

지난해 12월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18명뿐이었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권력 오·남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견제할 책무가 있던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했다. 비상계엄 사태 수습조차도 주저했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정치 평론가인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 대표는 "계엄과 탄핵사태에 대한 솔직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극우 보수층에 기대어 정국 반등을 꾀한 '자업자득'"이라며 "집권여당이었을 당시 당의 중심축을 이끌어 왔던 다선 중진의원들의 자기희생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현재의 난맥상은 지난 총선에서의 공천에서부터 변화와 혁신의 가치를 무시했기 때문이며, 계파간 자리 나눠먹기에 급급했다. 계엄의 강을 아직도 건너지 못하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우도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장파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자는 이른바 '쇄신'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쇄신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상당수가 초·재선 의원이고,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나머지 의원들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국민의힘의 주류인 장동혁 지도부와 나경원 의원 등 다선 중진 의원들은 오직 '반이재명'을 외칠 뿐이다. 특히 장 대표를 뒷받침해야 할 중진 의원들 상당수가 대구·경북(TK) 출신인 탓에 민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혁신적이라 할 만한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정치의 위기를 초래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미온적이었던 다선 중진의원들의 용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 AI(인공지능) 시대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는 데 반해, 보수정치권 문화는 아직도 87년 체제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전문성을 가진 참신한 정치신인 발굴과 새 정치문화 정립이 절실하다. 당의 중심축을 이끄는 지도부를 과감하게 젊은 소장파로 교체해야 한다"고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 3년이 채 안 돼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줬고, 이제는 '보수 궤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까지 내몰렸다는 평가다.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서 TK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광역단체장 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정치평론가협회 부회장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장동혁 대표가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의 이미지가 더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도 못하는 정당'으로 낙인을 찍기 때문에 내년에 수도권 선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국 선거 자체도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2018년도 지방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당시 한 언론에서는 보수정당의 '괴멸적 참패'라고 썼다. 그리고 첫 번째 원인을 '자유우파 결집이라는 배타적, 폐쇄적인 노선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때부터 극우 표심에 기대는 듯한 행보로 우려를 샀던 장 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반전 없이 강경노선을 고수하며 당을 되레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탄파'(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의 수장격인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찬탄파'(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였던 한동훈 전 대표 측을 배척하며 당권 장악에 나서 "모든 우파와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10월에는 윤 전 대통령을 실제로 면회하며 당내 강성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했다. 민주당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당 지지율을 고려하면 계엄사태에 대한 사과 등 중도층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지만, 장 대표는 '민생 레드카드'를 주제로 전국 11개 지역을 돌면서 연일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 교수는 "장동혁 대표가 2018년도 지방선거 상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유우파 결집을 주장하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중도층이 돌아오지 않고, 2018년도 선거 재판이 될 게 뻔한데 왜 사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윤어게인' 덕분에 당대표가 됐고, 지방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기반이 윤어게인이기 때문에 그들을 배신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당원 게시판 논란을 벌이는 거 보면 한동훈(전 대표)만 솎아내면 당 헤게모니를 쥐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러니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해도 부정적인 여론과 반대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고, 국민의힘이 더 최악으로 느껴지니까 지지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소불위 여당

지난 1년간 민주당은 계엄의 역풍을 타고 일사천리로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었다. 이미 22대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의 원내1당이던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며 여당이 됐고, 개혁이란 이름을 내세워 윤석열 정부 당시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번번히 막혔던 법안들을 비롯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3대 특검법, 노란봉투법, 방송 4법 등 윤석열 정부 시절 무산됐던 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에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대표가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여당의 기조는 더욱 굳어졌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이달 내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하며 내란 청산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손에 넣은 민주당이지만 여전히 야당 시절처럼 거칠고 조급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데,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일 경우 재임 중 재판을 중지케 하는 재판중지법은 민주당 지도부가 연내 처리 가능성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통해 제동을 걸면서다.

최근에는 당대표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심 비중을 20 대 1 이하에서 1 대 1로 바꾸는 방안을 두고 민주당 내 갈등이 불거지며 사실상 차기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전히 극한 대립하는 여야

계엄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야의 극한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교체 이후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며 위헌정당 해산까지 거론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재판 재개를 주장하며 장외집회를 하는 등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을 앞두면서 여야는 더 극단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엄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사건을 전담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판·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과정에서 법을 고의로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조작한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범위를 확대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긴급 세미나를 열고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사법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해 김 교수는 "지금의 정치는 최선을 찾는 게 아니라, 차선이나 차악을 찾는 것이다. 민주당의 저런 입법 폭주가 차악이 된 것"이라며 "현재 국민의힘은 차악이 아닌 (민주당 보다) 더 최악이니까 민주당의 입법 폭주 등 여러 가지 부분들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해도 국민적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계엄을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한 뒤 우리가 새로 거듭나겠다는 쇄신을 1년 정도 해왔다면 (거대 여당의)폭주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어떤 비판을 해도 '너희는 사과나 해' 이렇게 되니 아무것도 못하는 거다"고 밝혔다.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

계엄사태의 배경이 된 제왕적 대통령제와 대결적 정치구조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헌법 또는 법률 개정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계엄사태 속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비롯한 지역 현안까지 실종되는 등 초유의 비상계엄은 블랙홀처럼 지역 이슈를 모두 삼켜버렸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이었거나 계획했던 지역 현안은 줄줄이 연기됐거나 장기표류했다. 특히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개헌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새로운 7공화국을 열어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그 중심에 '지방분권형 개헌'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고, 극단적인 대결적 정치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은 최근 대구일보와 만나 "대통령이 헌법 요건도 충족시키지 않고 계엄을 선포하듯, 제왕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개헌을 통해 잘라내야 한다"며 "올해 국정감사만 보더라도 여야의 진지한 토론과 정부 견제 기능은 온데간데 없고, 여당 독주와 야당의 악쓰기 현상만 노정됐다"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회장은 "가장 화급하고 필요한 정치개혁은 헌법 개정"이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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