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금까지 유입… 지점운용형 랩 15년 만에 7배 성장

김지영 2025. 12. 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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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 91조원 돌파… 지점운용형 성장 ‘눈길’
"지점 직접 찾는 투자자 늘었다" 부동산 자금 흡수 중
[미리캔버스 생성형 이미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활성화 기대와 증시 강세가 맞물리며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점 기반 랩 자산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자문·랩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본격화됐고, 부동산 규제 여파로 대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까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증권사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계약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84조6984억원에서 9월말 91조2555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객 수(186만→181만명)와 계약건수(203만→199만건)는 줄었지만 계약자산은 6조5571억원 늘며 큰 폭으로 확대됐다.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의 합성어로,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투자까지 통합 관리하는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운용 방식에 따라 증권사가 제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따르는 본사운용형 랩과 지점 PB가 직접 운용하는 지점운용형 랩으로 나뉜다.

운용주체별로 보면 본사운용형 랩은 2017년 5월 처음으로 계약자산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022년 5월 146조원대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9월말 기준 79조원대로 줄었다.

반면 지점운용형 랩 계약자산은 2010년 1월 1조6000억원대에서 시작해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오다 2020년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 확대를 계기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이후 증시 반등과 맞춤형 운용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자산이 꾸준히 늘어 올해 9월말 11조726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5년 만에 약 7배 성장한 규모다.

조기 대선 이후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와 증시 강세가 맞물리면서 지점을 직접 찾는 투자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된 점 역시 자금 유입을 뒷받침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 상승으로 주식형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며 "랩은 일반 주식형 공모펀드 대비 전문적 운용을 기대할 수 있고, 사모펀드보다 운용 투명성이 높아 최근 고객 선호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자금 이동도 확인할 수 있다. 김태연 KB증권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과장은 "올해 들어 지점을 찾는 고객이 급격히 늘었다"며 "예금에서 넘어오는 고객도 있으나 기존에 부동산·건물에 투자하던 분들이 매각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국내 주식으로 옮기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고 전했다.

지점 기반 랩의 자산이 꾸준히 누적되는 구조적 이유도 있다. 김 과장은 "본사운용형 랩은 동일 전략을 대체 가능한 펀드나 자문 상품이 많아 자금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며 "반면 지점운용형 랩은 PB가 직접 상담하며 운용하는 구조라 이탈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 매니저들의 랩 시장 진출도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수한 운용역이 랩 상품으로 유입되며 라인업이 강화됐고, 운용 성과에 대한 신뢰도도 제고됐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스크 대비 수익을 중시하는 시장 환경에서 운용역의 역량은 고객 판단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귀띔했다.

랩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증권사별 차별화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랩 어카운트를 한눈에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전용 솔루션을 구축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의 정밀도를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반도체 등 기술 산업의 견고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테크 중심 자문형 랩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AI와 클라우드, 반도체 등 기술 산업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며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글로벌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장기 성과를 추구하는 테크 중심 자문형 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상품 유형을 다각화해 투자자 니즈에 맞춘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단일 주식형뿐 아니라 국내외 혼합형, 자산배분형, 인컴형 등 중장기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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