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 ‘라파 검문소’ 개방···이스라엘 “나가는 것만 허용, 돌아올 수 없어”

가자지구 전쟁으로 오랫동안 폐쇄했던 이스라엘과 이집트 국경에 있는 라파 검문소가 재개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치료가 필요한 가자지구 주민들이 해외로 나가 치료받을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떠나는 것만 허용될 뿐 돌아올 수는 없다는 조건을 달아 이집트와 갈등이 예상된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민정조정기구(COGAT)가 라파 검문소를 개방할 것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날 수는 있지만 돌아올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COGAT는 유럽연합(EU) 대표단의 감독 아래 이집트와 협력해 팔레스타인인의 라파 검문소를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집트 국가정보국 관계자는 가자지구 출국만을 위한 국경 개방 계획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부는 휴전합의에 따라 라파 검문소가 양방향으로 개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로 피란을 떠난 가자지구 주민들의 귀환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의 이집트 영구 정착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1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쇼시 베드로시안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이스라엘 인질 시신이 모두 반환될 경우 라파 검문소가 양방향으로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 검문소가 언제 개방될지,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동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라파 검문소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하면서 봉쇄됐다 휴전을 맞은 지난 2월 부상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치료를 위해 잠시 개방됐지만 다시 폐쇄됐다. 지난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라파 검문소를 개방하기로 했지만, 이스라엘은 인질 시신 반환 지연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가 외부로 연결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가자지구엔 네 개의 국경 검문소가 있지만 나머지는 이스라엘과 연결돼 있다. 라파 검문소를 통해서만 해외로 나갈 수 있다.
라파 검문소 개방으로 가자지구의 부상당한 주민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 1만65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 밖으로 나가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인질이 모두 반환될 때까지는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만 허용하고, 돌아오는 것은 안 된다고 밝히면서 향후 이집트와 갈등이 예상된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떠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안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승인 기준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한편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 인질 유해 1구를 이스라엘에 반환했는데, 이는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 수디삭 린탈락의 유해로 확인됐다. 린탈락은 하마스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베리 키부츠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로,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공격 당시 사망했다. 린탈락의 시신이 반환되면서 휴전협정에서 하마스가 반환하기로 한 이스라엘 인질 시신 28구 가운데 1구만 남은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를 공습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총 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5명이 부상한 데 따른 보복 조치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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