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인수전' 뛰어든 김재철 … "HMM 품는건 내 꿈의 정점"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5. 12.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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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10조원을 쥔 자만이 왕관을 쓸 수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대어 HMM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동원그룹의 경쟁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산 여력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주주 반발과 해운업계·정부의 부정적 시선까지 고려하면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HMM 인수전에 뛰어들 물리적·심리적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10조원이라는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동원그룹이 먼저 행동에 나선 만큼 눈치만 보던 다른 대기업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예상 밖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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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HMM 인수 재도전
창업주 김재철 강한 인수의지
글로벌 종합 물류社 도약 꿈꿔
알짜자산 보유하고 있는 동원
자산 재평가땐 자금력도 충분
1차전 고배 하림, 관심은 여전
포스코는 투자곳간 비어 관망
최근 오너 3세 체제로 전환한
HD현대·한화 다크호스 부상

◆ HMM 매각전 ◆

김재철 명예회장

"현금 10조원을 쥔 자만이 왕관을 쓸 수 있다."

HMM 인수전의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1차 매각 당시보다 몸값이 3조원 이상 뛴 '10조원 대어'로 성장하면서 단순한 인수 의지만으로는 넘볼 수 없는 '머니 게임'이 시작됐다. 동원그룹이 '숨겨둔 자산'을 무기로 선제공격에 나서며 2라운드의 포문을 열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대어 HMM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동원그룹의 경쟁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산 여력에 있다. 실제 동원그룹은 공정자산 총액이 8조8940억원으로, 재계 순위 57위(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이지만 부산신항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과 전국 냉동물류망 등 알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산업 고위 관계자는 "보유 중인 선박이나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을 보수적으로 감가상각해 장부가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게 잡혀 있다"며 "자산 재평가 등을 거치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숨은 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동원은 1차 인수전 당시에도 하림그룹과 큰 가격 차이 없이 최종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도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2023년 한양대 명예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며 "동원그룹은 바다와 함께한 기업인 만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원양어선 선장으로 바다에서 사업을 시작한 김 명예회장은 구순의 나이에도 글로벌 무대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1969년 원양어선 한 척으로 창업한 동원산업은 그의 손을 거쳐 재계 순위 50위권 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명예회장이 HMM 인수전에 강한 집념을 보이는 배경에는 인수·합병(M&A) 성공 경험도 있다. 동원은 2008년 적자에 빠져 있던 미국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전격 인수해 시너지를 창출했고 단기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명예회장은 이번 HMM 인수를 통해 다시 한번 '실패 없는 M&A'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반면 유력 후보였던 포스코그룹은 이번 레이스에서 한발 물러서서 관망할 공산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미국, 호주 등 해외 투자에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어 곳간이 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미국 2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관세장벽을 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예상 투자액만 최대 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호주 리튬 광산 지분 투자(약 1조10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사업(규모 8조2000억원) 등 굵직한 투자가 겹쳐 막대한 자금이 묶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주주 반발과 해운업계·정부의 부정적 시선까지 고려하면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HMM 인수전에 뛰어들 물리적·심리적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오너 3세 체제로 본격 전환한 HD현대와 한화그룹은 공식적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잠재적 다크호스로 꼽힌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모두 그룹의 미래를 위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와 한화 모두 조선·방산 호황으로 현금 흐름이 좋아졌지만 불확실한 해운 시황에 10조원을 베팅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게 내부 기류"라면서도 "한국산업은행이 본격 매각을 공식화하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인수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은 재무적투자자(FI)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재개발(파이시티) 등 대규모 자금 투입 사업으로 인해 재도전 동력이 약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난해 10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HMM이 민간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매물이 다시 나온다면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여전히 불씨를 남겨둔 상태다.

매각 2라운드의 또 다른 뇌관은 HMM 본사 부산 이전 이슈다.

정부가 내년 1월 HMM 본사 이전 로드맵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노조가 "강행 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새 주인이 누가 되든 노사 갈등과 인력 이탈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처지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10조원이라는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동원그룹이 먼저 행동에 나선 만큼 눈치만 보던 다른 대기업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예상 밖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지성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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