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제3자 되지 않는다’… 기록 열람 확대
피해자 증거보전 서류 열람 가능해
개정 신호탄 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강력범죄 피해 국선변호사 지원도


형사 사건 피해자가 ‘제3자’가 되지 않는 길이 열렸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에서 공론화됐던 피해자 재판 기록, 검사 기소 기록 등 열람 불가(부산일보 2023년 10월 23일 자 8면 등 보도) 문제가 법 개정을 통해 개선됐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일 본회의에서 형사 사건 피해자가 증거보전 서류와 기소 뒤 검사가 보관하는 증거 기록까지 원칙적으로 열람·등사(사본 복사)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피해자가 사건에서 제3자로 밀려나지 않도록 ‘피해자 기록 접근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다.
그동안 피해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 미리 확보한 증거보전 서류나 기소 후 검사가 가진 증거 기록을 재판부가 허가해야만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2년 5월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귀가하던 김진주(가명) 씨는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당했다. 김 씨는 당시 재판 기록 열람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재판부 허가를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난 2022년 7월 첫 공판에서야 피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자신이 사각지대로 끌려간 7분에 대해 알게 됐다. 결국 그는 가해자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1심이 끝난 뒤에 사건 자료를 받았다.
이 과정이 부산일보 기획보도 ‘제3자가 된 피해자’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기도 했다. 보도를 통해 피해자가 사건 기록에 접근하지 못해 민사 소송으로 자료를 확보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법원이 보관 중인 형사 소송 기록을 피해자가 원칙적으로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법 개정이 이뤄졌다. 법 개정으로 법원이 보관하는 기록에 이어 기소 후 검사 수사 기록, 증거보전 서류 열람도 가능해졌다.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장애로 기록을 요구할 수 없을 때는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 변호사까지 기록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열람을 거부하거나 조건부 허가가 이뤄지면 법원이 그 사유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같은 날 국회는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사 지원을 넓히는 법 개정도 함께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성폭력, 스토킹 범죄 등에만 국선변호사가 지원됐으나 살인·강도·조직폭력 등 특정강력범죄 피해자까지 국선변호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9세 미만이거나 심신미약 장애인 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를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심 이후에야 성범죄 혐의가 드러났던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당시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으로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피해자들이 형사절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