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중선거구제 회귀’ 띄우는 일본 정치권···왜?

조문희 기자 2025. 12. 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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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6일 여야 당수토론을 위해 도쿄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정치권에서 최근 중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집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연정 합의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 삭감’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의석수 감소 위기에 놓인 정당들이 대응책 모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제3야당 국민민주당은 전날 의원 정수 감축과 중선거구 도입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정리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다당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정치적 안정을 이룩할 선거제도를 제안한다”고 개혁안 취지를 설명했다.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도 전날 회견에서 중선거구제 도입 등을 전제로 의원 정수 감축에 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정당 모두 중의원(하원) 정수 감축과 선거제도 개편을 동시 개혁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이들 제안은 정치적 셈법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 중의원(하원)은 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병립형으로 구성돼 있다. 소선거구제는 비교적 작은 지역구에서 상위 1명이 당선되는 제도로 큰 정당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중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후보가 득표순으로 당선되는 제도로, 중소규모 정당도 당선자를 내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닛케이는 “국민민주당 같은 중규모 정당도 승리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했다.

앞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지난 1일 중의원(하원) 전체 의석 465석 중 최소 45석을 줄이는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 내에 통과시키고, 향후 1년 안에 구체적 감축 방안이 여야 합의로 정해지지 않으면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20석을 줄이기로 했다.

당초 유신회는 비례 의석만 줄이는 안을 구상했으나 이 경우 비례대표 선거로 의석을 확보해 온 소규모 정당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한 걸음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소선거구 감축엔 자민당이나 제1야당 입헌민주당 내부의 반발이 크다. 닛케이는 “여야가 (의원 정수 감축에) 합의하려면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으며, 중선거구제는 주요한 안”이라고 짚었다.

일본은 중선거구제 도입 경험이 있어 운용이 낯설지 않다는 점도 논의를 용이하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에서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것은 1994년 선거제 개혁 이후다. 때문에 일부 언론은 최근 선거제 개편 논의를 ‘중선거구제 회귀론’이라고도 부른다.

중선거구제 부활에 호의적인 정치 세력은 참정당, 국민민주당만이 아니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10월 연립 당시 합의 문서에 “중선거구제 도입 등도 포함해 검토한다”고 명기한 바 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도 중선거구제를 도입 가능한 선거 제도로 거론한 적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반면 하위권 정당들 사이에선 중선거구제 도입에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중선거구제 도입시 한 지역구 정수는 대략 3~5명 수준인데, 지지율 순위가 이보다 낮은 경우 당선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중선거구제가 같은 정당 내 경쟁을 심화해 파벌 영향력을 키우고 금권정치를 고착화한 결과 폐지됐다는 점도 비판 근거로 거론된다.

레이와신센구미 간부는 중선거구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 “소수정당을 없애려는 것인가”라고 닛케이에 한탄했다. 니시다 마코토 공명당 간사장은 지난 2일 회견에서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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