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첨단산업 지주사·금산분리 규제 푼다···문어발식 확장 우려
반도체 업종이면서 지주사인 곳은 SK그룹뿐
“지배주주 과도한 확장 우려”
“예외인정하는 만큼 이익 공유방안도”

정부가 이달 안에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보유 요건을 100%에서 50%로 완화하고, 금융 리스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첨단산업 업종에 한정하고 증손회사의 중복상장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규제의 ‘빗장’이 풀리면서 지주사의 문어발식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예외를 인정하는 만큼 이익 공유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지분율 규제를 우회하는 내용을 담은 첨단전략 산업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업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투자 자금을 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제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규제 예외 적용 대상을 첨단산업 업종으로 제한하고, 신규 공장 설치 등 구체적인 요건을 명시하기로 했다. 또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고, 지방 투자 요건을 둘 예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구조다. 만약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대신 50%만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지주회사는 적은 자본으로도 손자회사 아래 증손회사까지 ‘4단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이유로 금지됐지만, 정부는 이를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소수의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거대한 기업집단을 통제하는 현상뿐 아니라 문어발식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지주회사의 증손회사가 금융 리스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가 여신전문금융업체 등 금융계열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SK그룹이 정부에 건의했던 규제 완화 방안과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지주회사 체제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와 금산분리 규제를 받는 유일한 반도체 대기업이다.
이 방안이 허용되면,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절반의 지분만 보유해도 산하에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수 있다.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SPC) 공장용지나 건물을 소유하고, SK하이닉스가 이를 장기로 빌려 쓰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규제 완화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SPC의 지분을 절반만 보유하면 되는 데다 임차료만 내면 돼 직접 대규모 자산을 소유했을 때 발생하는 부담까지 덜 수 있는 셈이다. 또 SPC를 이용하면 사업 단위별로 재무를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투자 자금을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주회사 지분 규제가 완화되면 문어발식 확장을 막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천준범 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배 주주의 과도한 확장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는 오히려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이를 완화하면 지배 주주가 적은 자본으로 외부 투자를 받아 계열사를 무한정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에 엄격한 요건을 두고 이익 공유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황 고려대 교수는 “첨단산업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한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된 만큼, 첨단산업의 범위와 혜택을 받는 투자 규모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며 “예외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만큼 그 이익을 공유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투자를 허용하는 증손회사가 상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중복상장으로 인해 모 회사에 대한 기업 가치가 떨어져 일반 주주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지분율 요건이 완화되면서 증손회사의 상장 가능성이 열렸다”며 “외부 투자자는 상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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