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부총통 워룸 출연…마가 인플루언서와 접촉 늘리는 대만 지도부
트럼프 지지층에 파고드는 전략적 접근
대만 외교의 취약함과 불안 노출 평가도

중국의 대만 고립 외교가 날로 강화하는 가운데 대만 총통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매체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
샤오메이친 대만 부총통은 지난 1일 타이베이에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워룸(전시상황실)’의 공동 진행자 나탈리 윈터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샤오 부총통은 방송에서 “중국이 ‘대만은 무능하고 허약하고 지원할 가치가 없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대만의 방위 조치와 민주적 제도를 ‘말썽을 일으키는 행위’로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의 정치 개입과 여론 조작, 허위 정보 활동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불리며 ‘1·6 의회 난입 사태’에 대한 하원 소환 명령을 거부해 복역했다 사면으로 풀려난 인물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워룸을 1·6 의회 난입 사태 관련해 허위 정보를 가장 많이 유포한 매체로 지목됐다. 워룸은 지난 6월 한국 대선 결과를 두고 중국 공산당이 개입한 부정선거라는 주장도 지속 내보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 10월 7일 미국의 보수 성향 라디오쇼 ‘클레이 트래비스 앤 벅 섹스턴 쇼’에 출연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확실히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말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두고 거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 섹스턴은 거침없는 반중 발언으로 유명하다.
샤오 부총통은 지난 6월 전직 미국 특수부대 출신 숀 라이언의 팟캐스트에서 대만의 안정적인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부가 이처럼 미국 주류 매체가 아닌 마가 진영의 인플루언서들과 접촉하는 것을 두고 ‘전략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평가와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라이 총통과 샤오 부총통이 출연한 방송은 미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숀 라이언쇼의 구독자 수는 4200만명이며, 클레이 트래비스 앤 벅 섹스턴 쇼의 일일 청취자 수도 1000만명에 달한다. 워룸의 누적 재생횟수는 2900만회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팟캐스트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지도부는 지난해 말부터 마가 인플루언서들과 체계적으로 접촉했다며 대만의 한 고위 관료가 “우리는 트럼프에게 전화할 수 없기 때문에 그와 대화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방송 출연은 트럼프 지지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라이 총통과 샤오 부총통은 방송에서 대만을 미국의 보호가 필요한 수동적 희생자가 아니라 ‘중국에 맞서는 최전선’으로 묘사한다. TSMC의 대미 투자 등을 예로 들며 미국과 대만이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하고 대만과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마가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유럽의 수렁’으로 여기는 것과 달리 대만에 우호적 감정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견해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전 대만 연구 위원장 라이언 하스는 대만 매체에 보낸 칼럼에서 “라이칭더 정권의 전략은 공화당 핵심 유권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대만을 ‘미국 이익의 연장성’으로 재정의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레이 전략가는 “라이 총통이 보수 언론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대만의 불안감을 보여준다”며 “TSMC의 1000억달러(약143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조차도 대만의 외교적 입지를 굳건히 다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만 최고 지도부의 반복된 미국 극우 방송 출연은 대만 외교의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조너선 설리번 교수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BBC에 “대만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끊임없이 양보하고 충성심을 보여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아하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리원 대만 국민당 신임대표는 “대만이 제2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며 공세를 쏟아붓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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