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내란과 치유’…제26회 강릉인권영화제 개막

제26회 강릉인권영화제가 4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강릉시 독립예술극장 신영과 강릉문화원, 고래책방 등에서 개최된다. 강릉인권영화제조직위원회 제공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아 ‘국가폭력, 내란과 치유’를 주제로 한 영화제가 강릉에서 개막했다.

강릉인권영화제조직위원회는 4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강릉시 독립예술극장 신영과 강릉문화원, 고래책방 등에서 ‘제26회 강릉인권영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는 계엄 선포 1년을 맞는 시기와 12월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배경으로 한국 사회 곳곳의 폭력과 상처, 그리고 시민의 연대와 치유를 함께 성찰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주요 상영작으로는 지난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추적하며 내란 사태의 구조와 그 후폭풍을 다각도로 조명한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 내란 사태 이후 4개월 동안 시민광장을 기록하며 민주주의 회복 과정의 현장성을 생생히 담아낸 ‘우리는 광장에서’, 1980년 탄광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국가 폭력의 뿌리와 노동자의 존엄을 다시 묻는 ‘1980사북’이 있다.

또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잠수사들이 겪은 고통과 진실을 기록한 ‘바다호랑이’, 문화방송(MBC) 김인성 기자가 강원도 지역 민간인 학살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3부작 ‘숨’, 이밖에 ‘열개의 우물’과 ‘길 위의 뭉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과 같이 여성과 연대, 동물권 등 인권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 다양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상영장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설립 과정에서 한·일 시민 연대가 이끈 추모와 기억의 흐름을 짚어보는 세미나, 강릉여성의전화와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인권 공연, 국가 폭력의 반복 구조와 시민 주체성의 역할을 탐구하는 김누리 교수의 특별강연, 한국방송(KBS) 라디오 피디(PD) 출신 이주영 작가의 북 콘서트,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유쾌하고 풍자적으로 풀어낸 퓨전 마당극 등이 영화제 기간 강릉 곳곳에서 펼쳐진다.

김중남 강릉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 한 편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기억하고 사유하는 시민의 광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제를 준비했다.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상처를 함께 바라보고, 기억을 넘어 치유와 연대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