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라파흐 검문소 ‘출구’만 개방…이집트는 양방향 요구

이스라엘이 수일 내로 가자지구와 외국을 잇는 유일한 검문소인 라파흐 검문소를 출국만 가능하도록 일부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일부 개방이 팔레스타인 주민 추방이 될 수 있다며 양방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에이(AP)와 아에프페(AFP) 통신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 국방부 소속 팔레스타인 민사 담당 기구 코가트(COGAT)는 3일(현지시각) “휴전 합의에 따라 라파흐 검문소는 향후 며칠 안에 가자지구 주민이 이집트로 ‘출국’하는 용도로만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의 출국은 이집트 협조와 이스라엘의 보안 허가, 유럽연합의 감독 하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가트는 라파흐 검문소가 지난 1월 6주간 휴전 때와 유사하게 유럽연합의 국경지원임무단의 감독 아래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 주검 모두를 인도받기 전까지 라파흐 검문소를 통한 입국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10일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 돌려받기로 한 이스라엘 인질 주검 28구 중 2구가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 20개 조항에는 라파흐 검문소를 개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휴전 발효 이후에도 인질 주검 미반환을 이유로 라파흐 검문소를 개방하지 않아 왔는데, 반환받아야 할 주검이 2구로 줄자 일부 개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달한 주검 1구가 이스라엘 인질로 확인되면, 반환받아야 할 주검은 1구로 줄게 된다.
이에 이집트는 양방향 개방을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집트 국가정보국(SIS)는 “검문소 개방 합의가 이뤄진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에 따라 가자지구로의 입출국 모두 가능한 양방향 개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아 라슈완 이집트 정보국장은 알자지라에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쫓겨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적색 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계획을 위반하여 라파흐 국경을 일방향으로 개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가자지구 피난민들이 대거 입국하면 치안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에는 수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들을 포함한 전체 이주민 인구는 약 900만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 2024년 5월 라파흐 검문소가 테러에 이용된다며 폐쇄했다. 2007년 문을 연 라파흐 검문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아닌 외국으로 통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주민과 인도주의 단체 인력, 구호품과 식량과 연료가 드나드는 핵심 관문이었다. 라파흐 검문소가 개방되면 주민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국외로 이동하거나, 이집트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기 한결 수월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외로 이동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최소 1만6500명이라고 추산한다.
특히, 라파흐 검문소 개방은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도 강하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국제 구호물자는 대체로 가자지구와 가까운 포트사이드항구나 엘아리시항구를 통해 이집트에 도착한 뒤 가자지구로 전달되기에 라파흐 검문소 개방이 필수적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중재한 합의에는 하루 600대의 트럭이 반입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스라엘의 제한으로 케렘 샬롬 검문소 등을 통해 반입되는 트럭이 하루 100대가량 밖에 되지 않아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식량이 부족하다며, 라파흐 검문소 개방과 구호물자 반입량 확대를 요구해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대변인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라파흐가 인도주의 단체 구성원과 구호물자에 완전하게 열리는 것”이라며 “만약 가자지구를 떠나길 원하는 주민들이 있다면 그들은 어떠한 압박도 없이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떠나야 하며, 원한다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자지구 평화협정 2단계 협상 “매우 이른 시기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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