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드럼통 살인사건’ 공범들, 대법서 무기징역·징역 30년·25년 확정

유병훈 기자 2025. 12. 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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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파타야에서 공범 2명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씨(39) /뉴스1

지난해 5월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드럼통에 넣어 저수지에 유기한 이른바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의 범행 일당 3명이 대법원에서 중형을 확정받았다. 범인들은 “강도만 공모했을 뿐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2심 판단을 유지했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강도살인, 시체손괴·시체은닉, 컴퓨터 등 사용 사기, 공갈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27)씨·B(28)씨·C(4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무기징역·징역 30년·징역 25년을 확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3일 태국 방콕의 한 클럽에서 돈이 있어 보이는 한국인 남성을 골라 금품을 빼앗기로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생활하다 돈줄이 막히자 해외여행 오픈 채팅방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게 해 만취시킨 뒤 차량에 태워 파타야로 이동하던 과정에서 “길이 다르다”며 항의하자, 차량 안에서 목을 조르고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사망하자 시신을 대형 플라스틱 드럼통에 넣고 시멘트를 부어 밀봉한 뒤 파타야 인근 저수지에 버렸다. 이어 피해자 휴대전화로 270만원가량을 인출하고, 가족에게 “1억원을 보내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장기를 팔겠다”고 협박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일부는 피해자의 손가락을 자르는 등 잔혹하게 시신을 훼손한 사실도 드러났다.

1심 법원은 범행을 주도한 B씨에게 무기징역, C씨에게 징역 30년, A씨에게 징역 25년과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이 모두 항소했지만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는 2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해외에서 금품을 노리고 범행을 준비한 계획 범죄”라며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강도만 하자고 했지, 죽이자는 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폭행 방식·경위와 이후 행적을 보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폭행을 계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살인의 고의는 꼭 ‘죽이겠다’고 입 밖에 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은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신 훼손과 돈 인출을 실제로 누가 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손가락을 직접 자른 사람,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이체 버튼을 누른 사람이 따로 있는데, 그 ‘실행 행위자’를 명확히 가리지 못했으니 일부 범죄는 무죄라는 취지의 항변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세 사람이 미리 역할을 나눠 범행 전 과정을 함께 준비·수행했다”고 봤다. 여럿이 함께 계획하고 움직였다면, 누가 직접 손을 댔는지만 따져서 책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전체 범행에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공모 관계’라는 설명이다.

시체 손괴·은닉이나 컴퓨터 등 사용 사기(계좌 이체) 범행에도 공모가 성립하는지도 쟁점이었다. 피고인 측은 “살인 이후 뒷수습 과정까지 모두 상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살인 후 곧바로 시신을 훼손해 드럼통에 담은 점 ▲바로 이어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빼내고 가족에게 전화한 점 등으로 살인과 이후 행위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하나의 범행 흐름이라고 봤다. 결국 시신 훼손과 돈 인출 역시 애초 강도살인을 전제로 한 계획 범행의 일부로 평가한 것이다.

피고인들은 마지막으로 1·2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나이는 어리고 전과가 무겁지 않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대법원은 “강도살인의 동기와 수법,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도, 피해자 유족이 입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 피고인들의 반성 태도 등을 종합하면 징역 25년·무기징역·징역 30년을 유지한 원심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1·2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양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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