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이곳은 다양한 문화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조용히 공존한다./유재만건축사/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전경.
◇경계 위에 세운 상생의 건축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는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소가 아니다. 이 건물은 노동과 공동체 그리고 환경이 하나의 장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상생의 건축’이다.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즉, 이 기숙사는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구조적 전환에 대응하는 건축적 제안이다.
대지는 하동군 옥종면 호계천을 따라 길게 펼쳐진 띠 모양의 부지다. 한쪽은 비닐하우스 단지가 끝없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은 오래된 마을 길로 이어진다. 농업과 생활, 외부와 내부,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경계의 지대다. 이러한 경계는 종종 단절의 선으로 인식되지만, 이 틈을 관계의 가능성이 열리는 여백으로 읽었다.
따라서 건물은 담장이나 벽으로 닫히지 않고, 열린 마당과 투명한 동선을 중심으로 계획됐다. 외부인과 주민, 근로자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오가며 우연한 시선과 인사가 오가는 흐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했다.
결국 이 건축은 ‘누가 이곳의 구성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계자의 답이다. 기숙사는 단순한 숙소가 아닌 지역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자연, 노동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완충지대로서 존재한다. 이곳은 일하고, 머물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건축적 풍경을 제시한다.

기숙사(다가구)는 3층,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는 1층 건물로 두 매스(MASS)는 도로와 호계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관계 구조를 이루며 중앙에는 공유의 마당이 자리한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설계 의도
설계의 출발점은 ‘조화와 상생’이었다. 현장 조사 결과 대지 규모와 주변 주거지 스케일을 고려했을 때 4층 규모의 단일 매스(MASS)는 이질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질의를 통해 분동(分棟)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분동 형태의 계획을 제안했고, 이것이 지역 맥락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건축적 선택이 됐으며 설계 공모 심사에서 좋게 받아들여져 당선됐다.
기숙사(다가구)는 3층,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는 1층 규모로 계획됐다. 두 매스(MASS)는 도로와 호계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관계 구조를 이루며 중앙에는 공유의 마당이 자리한다. 이 마당은 단순한 외부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며 식사하고 대화하는 ‘사회적 거실’이다. 공간은 서로 다른 삶을 이어주는 매개로 기능하고, 그 안에서 낯섦은 점차 익숙함으로 변한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침실 공간.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주방·거실 공간.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물 내부 홀.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개방형 라운지.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개방형 라운지.
게스트하우스는 단기 체류 근로자를 위한 별동으로 주변의 논과 제방의 선형을 따르며 낮고 수평적인 형태로 놓았다. 중심의 공유주방과 라운지는 단순한 기능 공간이 아니라 농업 근로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일상적인 식사, 휴식, 대화가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의 감각이 만들어지길 의도했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설계·시공 과정
하동군 옥종면의 농업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현장’이다. 비닐하우스 단지와 호계천, 들녘과 제방의 흐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설계의 주요한 재료였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시공 과정에서도 지속 가능한 지역 건축의 실천이 강조됐다. 태양광 패널과 고효율 설비, 자연통풍 구조 등 친환경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에너지 절약형 기숙사 모델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술적 선택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지역의 기후와 생태에 순응하는 건축의 태도를 보여준다. 건물의 재료 또한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중심으로 사용해 유지관리의 효율성과 지역 산업의 순환성을 함께 고려했다.
무엇보다 이 건축물의 진정한 핵심은 ‘복지’보다 ‘존중과 배려’에 있다. 이 기숙사는 농업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 시설로 출발했지만, 결국 그들이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상징적 장소로 완성됐다. 공간은 노동의 현장을 넘어 삶의 터전으로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지역이 외지인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변화했다. 즉,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는 지역의 포용력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설계: 도원DS건축사사무소 박덕성
◇건축 개요
위치 :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 550-2 일원
용도 : 주1동(단독주택-다가구)
주2동(숙박시설-게스트하우스)
규모 : 주1동(지상 3층), 주2동(지상 1층)
대지면적 : 1300㎡
건축면적 : 515.70㎡
연면적 : 880.39㎡
외부마감 : 고흥석버너구이, 테라코트불연코팅재
박덕성 (도원DS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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