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

knnews 2025. 12. 4. 10: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삶과 쉼, 다양한 문화와 지역이 공존 옥종면 병천리에 위치한 상생의 건축물 게스트하우스·보행로·주방·라운지 등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는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그 안에는 지역이 농업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스트하우스, 마당, 보행로, 주방과 라운지 등 다양한 공간의 결합은 공존의 농촌 풍경을 그려내며, 지역 주민과 농업 근로자가 함께 머물고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생활 공동체를 제안한다. 농업이 단순히 생산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사회적 관계망의 일부임을 건축이 보여준다. 이곳에서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공존의 리듬이 된다.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이곳은 다양한 문화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조용히 공존한다./유재만건축사/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이곳은 다양한 문화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조용히 공존한다./유재만건축사/
‘일하고, 머물고, 함께 살아가는 지역’ 그 단순한 문장이 건축적으로 구현될 때, 우리는 비로소 ‘상생’이라는 단어의 구체적 형태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형태는 거대한 상징이 아닌 작고 소박한 마당과 투명한 창, 낮은 담벼락과 같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드러나기를 희망한다.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전경.

◇경계 위에 세운 상생의 건축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는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소가 아니다. 이 건물은 노동과 공동체 그리고 환경이 하나의 장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상생의 건축’이다.

급격한 산업 변화와 농업 인구의 감소,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의 증가라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이 마주한 문제를 건축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즉, 이 기숙사는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구조적 전환에 대응하는 건축적 제안이다.

대지는 하동군 옥종면 호계천을 따라 길게 펼쳐진 띠 모양의 부지다. 한쪽은 비닐하우스 단지가 끝없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은 오래된 마을 길로 이어진다. 농업과 생활, 외부와 내부,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경계의 지대다. 이러한 경계는 종종 단절의 선으로 인식되지만, 이 틈을 관계의 가능성이 열리는 여백으로 읽었다.

따라서 건물은 담장이나 벽으로 닫히지 않고, 열린 마당과 투명한 동선을 중심으로 계획됐다. 외부인과 주민, 근로자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오가며 우연한 시선과 인사가 오가는 흐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했다.

결국 이 건축은 ‘누가 이곳의 구성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계자의 답이다. 기숙사는 단순한 숙소가 아닌 지역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자연, 노동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완충지대로서 존재한다. 이곳은 일하고, 머물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건축적 풍경을 제시한다.

기숙사(다가구)는 3층,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는 1층 건물로 두 매스(MASS)는 도로와 호계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관계 구조를 이루며 중앙에는 공유의 마당이 자리한다.

기숙사(다가구)는 3층,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는 1층 건물로 두 매스(MASS)는 도로와 호계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관계 구조를 이루며 중앙에는 공유의 마당이 자리한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설계 의도

설계의 출발점은 ‘조화와 상생’이었다. 현장 조사 결과 대지 규모와 주변 주거지 스케일을 고려했을 때 4층 규모의 단일 매스(MASS)는 이질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질의를 통해 분동(分棟)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분동 형태의 계획을 제안했고, 이것이 지역 맥락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건축적 선택이 됐으며 설계 공모 심사에서 좋게 받아들여져 당선됐다.

기숙사(다가구)는 3층,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는 1층 규모로 계획됐다. 두 매스(MASS)는 도로와 호계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관계 구조를 이루며 중앙에는 공유의 마당이 자리한다. 이 마당은 단순한 외부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며 식사하고 대화하는 ‘사회적 거실’이다. 공간은 서로 다른 삶을 이어주는 매개로 기능하고, 그 안에서 낯섦은 점차 익숙함으로 변한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침실 공간.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침실 공간.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주방·거실 공간.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주방·거실 공간.
기숙사의 단위 실은 3인실 모듈(Unit)로 구성했고, 각 유닛(Unit)은 남향으로 배치해 풍부한 채광과 환기를 확보했다. 각 유닛 사이에는 이격 공간을 두어 사적인 경계와 공동체적 관계가 미묘하게 교차하도록 했다. 중심부의 홀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장소로 생활의 리듬을 담는 건축적 중심축이다. 이 구조는 효율적 배치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간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물 내부 홀.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물 내부 홀.
균질한 모듈 안에서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조용히 공존한다. 그 균질함 속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와 다양성이 바로 설계자가 제시하는 사회적 미학이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개방형 라운지.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개방형 라운지.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개방형 라운지.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내부 개방형 라운지.

게스트하우스는 단기 체류 근로자를 위한 별동으로 주변의 논과 제방의 선형을 따르며 낮고 수평적인 형태로 놓았다. 중심의 공유주방과 라운지는 단순한 기능 공간이 아니라 농업 근로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일상적인 식사, 휴식, 대화가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의 감각이 만들어지길 의도했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설계·시공 과정

하동군 옥종면의 농업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현장’이다. 비닐하우스 단지와 호계천, 들녘과 제방의 흐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설계의 주요한 재료였다.

건물의 배치는 이러한 자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단절하지 않고 도로축과 호계천의 선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외부 마당, 산책로, 휴식 공간은 조경적 장식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주민과 농업 근로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공간 장치다.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하동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전경.

시공 과정에서도 지속 가능한 지역 건축의 실천이 강조됐다. 태양광 패널과 고효율 설비, 자연통풍 구조 등 친환경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에너지 절약형 기숙사 모델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술적 선택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지역의 기후와 생태에 순응하는 건축의 태도를 보여준다. 건물의 재료 또한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중심으로 사용해 유지관리의 효율성과 지역 산업의 순환성을 함께 고려했다.

무엇보다 이 건축물의 진정한 핵심은 ‘복지’보다 ‘존중과 배려’에 있다. 이 기숙사는 농업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 시설로 출발했지만, 결국 그들이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상징적 장소로 완성됐다. 공간은 노동의 현장을 넘어 삶의 터전으로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지역이 외지인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변화했다. 즉,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는 지역의 포용력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설계: 도원DS건축사사무소 박덕성

설계: 도원DS건축사사무소 박덕성

◇건축 개요

위치 :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 550-2 일원

용도 : 주1동(단독주택-다가구)

주2동(숙박시설-게스트하우스)

규모 : 주1동(지상 3층), 주2동(지상 1층)

대지면적 : 1300㎡

건축면적 : 515.70㎡

연면적 : 880.39㎡

외부마감 : 고흥석버너구이, 테라코트불연코팅재

박덕성 (도원DS건축사사무소)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