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PC' 거부감 이겨낸 사랑스러운 우화 '주토피아 2' [스프]

"우린 서로 생각이 다른 거 같아"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사다. 주디는 닉에게 여러 번 생각의 차이를 언급한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주디는 고집이 세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닉은 여유롭고 능글맞다. 두 사람은 성격과 가치관이 다를 뿐 어느 누가 맞고 틀린 것은 아니다. 영화는 주디와 닉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며 '다름을 포용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1편에서 닉과 의기투합에 연쇄 실종 사건을 해결한 주디(지니퍼 굿윈)는 경찰서에서 인정받게 되고, 수사에 공은 세운 닉(제이슨 베이트먼)은 정식 경찰로 임명된다. 그러나 보고 서장은 여전히 두 사람을 못 미더워하며 사건을 배정해 주지 않는다.

'주토피아 2'는 잘 만든 속편의 좋은 예로 꼽힐 만하다. 앞서 성공한 디즈니 시리즈물이 그랬던 것처럼 속편에서 규모를 키우고, 볼거리를 강화하고, 메시지를 부각해 단순히 웃고 즐기고 마는 것 이상의 진화한 우화를 내놓았다.
동물의 외형적 특징이나 양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웃음을 유발하고, 인간이 동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한 것은 여전하다. 이는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다양성과 편견에 관한 이슈를 선명화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다.
주토피아는 세상 모든 동물이 어우러져 사는 도시다. 총 12개의 지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툰드라 타운, 습지 마켓, 사하라, 파충류 주거지 등을 주디와 닉의 수사 무대로 등장시키며 이야기와 스펙터클의 규모를 키웠다. 특히 반수생 동물과 해양 포유류가 사는 습지 마켓의 등장은 2편의 가장 큰 볼거리다. 해양 테마파크가 떠오르는 거대한 공간에는 수십 종의 동물들이 등장해 각자의 생태적 특성을 뽐낸다. 동물의 특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이야기에 녹여낸 제작진의 기술력은 전편보다 더 진화해 마치 극장에 앉아 동물원을 감상하는 듯한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주토피아에서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한 파충류들이 형성한 군락지는 지하 공간에 있는 은밀한 클럽처럼 묘사해 눈길을 끈다.
영화의 확장된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투입됐을지 상상이 간다. 실제로 이번 작품에는 디즈니 버뱅크와 밴쿠버 두 캠퍼스를 합해 약 700명의 아티스트와 기술자가 투입됐다.

'주토피아 2'의 모든 장면, 모든 캐릭터에는 등장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는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다. 그 의미를 발견하면 보다 다층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모른다 해도 영화가 선사하는 재미를 만끽하는 데 문제가 없다.
2편은 사회적 메시지가 더 두드러진다. 1편이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갈등을 통해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언급했다면, 2편은 주토피아의 탄생 과정에서 지워지다시피 한 파충류의 과거를 보여주며 미국 역사의 어두운 이면을 투영한다.
게리로 대표되는 파충류는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편견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민자 같기도 하고, 그 옛날 침략자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밀려난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가 중국계 베트남 이민자인 키 호이 콴인 것도 의미가 있는 선택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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