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때마다 두통” 26세女, ‘뇌의 탈장’기형…제왕절개 출생 탓?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초등학교 여교사 셸리 건노(26)는 14년 동안 두통에 시달렸다.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좀 크게 웃을 때마다 뒷머리가 쪼개질 듯 아팠다. 뇌가 몸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극심한 두통과 함께 손가락과 팔이 저리고, 원인 모를 메스꺼움과 열감, 시력이 흐릿해지는 증상도 겪었다. 화장실에서 어지러움과 함께 몸이 타오르는 듯한 열기를 느껴 일어설 수 없었던 적도 있다. 당시 그녀는 퇴근하던 약혼자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나 위기를 피했다.
이 환자는 병원에서 종종 진료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의사들은 편두통이나 비만, 스트레스 탓으로 돌렸다. 그녀는 이 때문에 약 23kg이나 빼 비교적 날씬한 몸매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클링 수업 도중 자전거에서 내려오다 실신하는 소동을 빚었다. 당초의 체중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영국 매체 '니드투노우(Need To Know)'는 오랜 고통을 참지 못한 이 20대 여성 환자가 주변의 권유로 지난해 11월 정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끝에 '키아리 기형(Chiari Malformation)' 진단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환자는 의료진의 권유로 수술 대신 생활습관의 조절과 증상 관리로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인구 100명 중 1명, '키아리 기형' 환자 가능성...웃음이 두통 일으키면 의심해봐야"
이 환자가 진단받은 병명 '키아리 기형'은 소뇌(작은뇌)의 일부가 두개골 밑의 구멍을 통해 척추관 쪽으로 빠져나오는 기형이다. '아놀드-키아리 증후군'이라고도 부르며 의학적으로는 '소뇌 편도 탈출(Cerebellar Tonsillar Herniation)'이라고 한다. '뇌 속의 탈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환자는 소뇌의 일부가 척추관 쪽으로 약 4mm 밀려 내려온 상태였다. 그녀의 기형은 태어날 때의 난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환자의 출생 때 태아는 거꾸로 자세였고, 머리가 산모의 갈비뼈 밑에 있었다. 이 때문에 긴급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고 한다.
키아리 기형(소뇌 편도 탈출)은 얼마 전까지 희귀병으로 분류됐다. 인구 1000명 중 1명 미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신경외과 학계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인구의 약 1%(100명 중 1명)가 상당한 수준의 '소뇌 편도 하강 제1형(Chiari malformation type I)'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엔 증상이 없는 경우도 포함된다. 키아리 기형의 최근 유병률이 종전 추정된 유병률의 약 10배나 된다는 뜻이다. MRI 등 영상진단 기술의 발달로 숨겨져 있던 환자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우리가 통상 아는 탈장(복부 탈장)은 장기가 근육의 틈으로 튀어나온 증상을 보인다. 이에 비해 '키아리 기형'은 단단한 두개골 밑의 구멍(대공)으로 소뇌의 일부가 척추관을 향해 흘러내리는 증상이다. 좁은 뼈의 터널 속에 뇌 조직이 끼이게 되면서 신경을 압박하고 뇌척수액의 흐름을 가로막아 각종 신경학적 이상을 일으킨다.
키아리 기형 환자는 뇌척수액이 쌓이는 수두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환자는 특히 좀 많이 웃거나 기침을 하면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 복압이 오르면서 극심한 후두부 두통이 생기고, 뇌가 물리적으로 아래로 쏠린다. 이 때문에 환자는 마치 뇌가 두개골을 탈출하려는 듯한 섬뜩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웃을 때 뇌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하지만, 내려온 소뇌가 뇌척수액의 완충 공간을 막고 있어 그 압력은 고스란히 뇌 조직을 강타한다.
"환자, 롤러코스터·점프·웨이트트레이닝 등…뇌압 급격히 높이는 운동·자세 조심해야"
키아리 기형 환자의 성별과 연령별 특징은 뚜렷하다. 통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더 많이 진단을 받는다. 선천적인 구조적 문제인데도 뚜렷한 증상은 주로 20~30대에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뇌와 척추의 미세한 구조적 변화가 쌓이거나, 가벼운 외상 등이 방아쇠 역할을 함으로써 잠복해 있던 증상을 깨우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들 환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합병증은 '척수공동증'이다. 이는 뇌척수액이 흐르지 못해 척수 안에 물주머니가 생기는 현상이다. 환자의 약 30~50%에서 이 합병증이 나타나며, 이를 방치하면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는 롤러코스터·점프·웨이트트레이닝 등 뇌압을 급격히 높이는 운동과 자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평소 큰 소리로 웃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자주 생긴다면 키아리 기형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냥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뇌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해봐야 한다. '뇌의 탈장'에 해당하는 키아리 기형은 뜻밖에 많다.
[자주 묻는 질문]
Q1. 웃거나 기침할 때 머리가 아프면 무조건 '키아리 기형'(소뇌 편도 탈출)인가요?
A1.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강력한 의심 신호인 것은 맞습니다. 일반적인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나 피로에 의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키아리 기형으로 인한 두통은 웃음, 기침, 재채기, 배변 등 복부와 뇌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행동(발살바 동작)을 할 때 뒷머리 부근에서 망치로 때리는 듯한 통증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신경과를 찾아 MRI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2. 건강검진과 추가 검사에서 '키아리 기형'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당장 수술해야 하나요?
A2. 아닙니다. 최근 MRI 보급으로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소뇌가 기준치보다 조금 내려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하지는 않습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신경학적 손상(마비, 감각 저하 등)이 없다면 정기적으로 MRI를 찍으며 지켜보는 '추적 관찰'이 원칙입니다. 다만, 척수 안에 물이 차는 '척수공동증'이 동반되거나 통증이 심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Q3. '키아리 기형' 진단을 받은 사람이 피해야 할 운동이나 습관이 있나요?
A3. 뇌와 목에 급격한 충격이나 압력을 주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처럼 목이 심하게 꺾이거나 흔들리는 놀이기구, 트램펄린 점프 등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거운 역기를 들 때 숨을 꽉 참고 힘을 주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뇌압을 급격히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목을 과도하게 젖히거나 굽히는 자세도 장시간 유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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