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용의 골프칼럼] '숫자'로 보여주는 티띠꾼, '전설' 소렌스탐 뛰어넘는 새로운 기준 만드나?

[골프한국] 여자 골프에서 '전설'이라는 단어는 결코 가볍게 쓰이지 않는다. 특히 그 단어가 안니카 소렌스탐의 이름과 함께 등장할 때는 더욱 그렇다.
골프 역사에서 안니카는 단순히 강한 선수였던 것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기준을 새로 만든 '절대자'였다. 평균 타수 68타대, 한 시즌 11승, 끝없이 쏟아지는 버디, 그리고 누구도 넘볼 수 없었던 샷의 정밀도까지. 그녀는 '여자 골프의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런데 지금,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LPGA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 준비가 된 선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세계는 이미 한 명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다.
바로 22살의 지노 티띠꾼(태국).
그녀는 단순히 떠오르는 신예가 아니다.
그녀는 안니카가 만들었던 절대 기준에 가장 근접해 있는 차세대 지배자이며, 숫자와 내용, 그리고 경기력의 완성도로 새로운 시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선수다.
▶ 22살, 전설의 그림자 위에서 시작된 서사
지노 티띠꾼이 LPGA에 등장한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직 10대였던 시절부터 아시아 투어를 흔들었고, LPGA 진출 이후에는 단지 '잠재력 높은 선수'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녀는 파워풀한 장타를 때리지 않는다. 공을 높이 띄워 과감하게 공략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플레이는 지나칠 정도로 침착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며, 필요한 순간에만 칼날처럼 정확한 공격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절제된 스타일 속에서 LPGA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력'을 보게 된다.
장타형 지배가 아니라,
극도로 정밀한 샷과
흔들림 없는 멘탈,
그리고 라운드 전체를 내다보는 계산 능력으로 만들어지는 지배력.
이 점은 과거의 안니카와 닮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들은 질문하기 시작했다.
22살의 티띠꾼은 새로운 시대의 안니카가 될 수 있는가?
▶ 숫자가 말하는 것: 평균 타수 68타대
안니카의 전성기 평균타수 기록(68.696)은 LPGA 역사상 단일 시즌 최저 기록이었다.
그런데 지노 티띠꾼의 2025년 시즌 기록 68.68은 역대 최상위 기록이다.
더구나 2023년부터 3년이상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한 골퍼는 안니카 소렌스템과 로레나 오초아 이래 처음이다.
많은 선수들은 일시적인 상승만으로 60대 타수를 찍는다.
하지만 티띠꾼의 68타대는 라운드당 거의 실수 없는 플레이, 고른 버디 생산력, 그리고 확고한 보기 회피율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다.
단순한 '핫 시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체계 속에서 나온 기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과거 안니카가 지배력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방식과 매우 닮아 있다.

▶ 스트로크 게인드(Strokes Gained: SG): 현대 골프가 인정하는 진짜 지배력
현대 골프는 더 이상 '감성적 평가'로 선수를 판단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숫자로 정의되고, 그 숫자 중에서도 스트로크 게인드는 절대적이다.
스트로크 게인드 기준에서 지노 티띠꾼은 경쟁자인 넬리 코다, 리디아 고 같은 '절대 최정상' 선수들을 이미 넘어섰다.
특정 시즌에서는 +3타에 가까운 SG Total을 기록하며, 라운드마다 필드 대비 3타의 이득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잘 친다는 수준이 아니다. '필드를 지배한다'는 수준이다.
과거 안니카의 기록을 SG 체계로 환산한다면, +3.0~+3.5 수준으로 추정된다.
티띠꾼은 이미 이 수치에 근접해 있으며, 22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이것이 바로 LPGA가 그녀를 향해 "안니카 이후 가장 강력한 지배자 후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 위기 회피 능력: 보기를 만들지 않는 선수
골프에서 '공격력'만큼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능력이다.
안니카는 상대를 압도하는 폭발력뿐 아니라, 실수 없이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 능력에서도 최고였다.
지노 티띠꾼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 흔치 않은 선수다.
• 버디는 많고
• 보기는 적다
• 라운드 후반일수록 더 안정적이다
• 바람, 경사, 난도 높은 코스에서도 망가지지 않는다
이 패턴은 전성기 안니카가 가진 DNA와 닮아 있다.
골프에서 승률은 '버디 수'와 '보기 회피'가 결정하는데, 티띠꾼은 이 두 축이 모두 최상위권에 있다.

▶ 22살이라는 나이의 의미: 끝이 보이지 않는 성장 곡선
안니카는 30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즉, 체력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장기간 최고 폼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지노 티띠꾼은 지금 22살에 불과하다.
아직 피지컬의 정점조차 오지 않았고, 스윙 완성도 역시 더 다듬어질 여지가 많으며, 멘탈은 이미 '완성형'이라고 평가받는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역대급인데,
앞으로 5년 동안 그녀는 어떤 선수가 될까?
이 질문은 단지 미래에 대한 설렘을 넘어, LPGA의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질문이다.
티띠꾼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향후 여러 시즌에서 평균타수 67대 혹은 68타 초반을 만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여자골프에서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 스타일의 진화: 새로운 시대의 완성형 선수
티띠꾼을 단순히 '소프트한 스윙을 가진 선수'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그녀의 플레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페어웨이를 지키는 확률이 높다
• 그린 적중률(GIR)이 안정적이다
• 퍼팅은 효율 중심
• 리스크-리워드 판단 능력이 성숙하다
• 감정 기복이 거의 없다
이것은 단순한 '능력 좋은 선수'의 범주를 넘는다.
이것은 시스템화된 선수, 즉 지속적으로 우승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선수다.
과거 안니카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 티띠꾼이 그 길을 걷고 있다.

▶ 전설은 형태를 바꿔 돌아온다
안니카 소렌스탐이 만든 기준은 거의 20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그녀는 '골프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올려놓았고, 그 이후 많은 선수들이 위대한 시즌을 보냈지만, 안니카의 그 압도적 지배를 재현한 선수는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지금, LPGA는 다시 그 질문을 하고 있다.
전설의 속도가 다시 시작되는가?
지노 티띠꾼은 그 질문에 유일하게 답할 수 있는 선수다.
이미 수치로, 내용으로, 결과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녀는 22살의 나이에 '지금 이 순간 가장 완성된 선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앞으로 10년 동안 골프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안니카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
지금 티띠꾼은 그 시대의 다음 장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장은 어쩌면,
여자 골프 역사에서 또 하나의 전설이 되는 서사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전순용: 골프경기력 평가분석가. 전순용 박사는 제어공학을 전공하고 동양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의 교수로서 재임하는 동안, 한국국방기술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시스템의 평가와 분석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집중력과 창의적인 뇌사고능력에 관한 뇌반응 계측과 분석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해왔다. 유튜브 '영상골프에세이' 운영.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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