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화된 ‘혐중’과 기존 ‘반중’ 구분해서 봐야” [시사IN-한국리서치 공동 조사]

〈시사IN〉과 한국리서치의 ‘반중 정서’ 조사 결과는 복잡 미묘하다. 평균적 감정온도는 올랐다. 그러나 음모론에 동조하고 차별에 찬동하는 이도 다수다. 세대에 따라 세계관 차이도 크다. 현실도 그리 다르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의적 댓글 릴레이와 반중 시위가 공존한다.
전문가 4인과 좌담회를 꾸렸다.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하남석 교수와 윤종석 교수, 한국리서치의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은 문항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중국 동포 출신 이주인권운동가다. 가변적이면서도 상수 같은, 기이한 반중 감정을 어떻게 읽고 다뤄야 할지 머리를 맞댔다.
조사 결과 전반을 짧게 평한다면?
하남석: 세대 차이가 확실히 튀었다. 2030 세대와 4050 세대의 생각 차이가 확연했다. 극우 개신교 단체에서 반중 집회를 주도하다 보니 종교 영향을 의심했는데,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없었다.
박동찬: 2021년 조사에 비해 확실히 중국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 (11월1일 끝난) APEC 변수가 반영된 것 같다. 조사 시점(11월4~5일)이 더 뒤였다면 이 같은 경향이 더 두드러졌을 수도 있었겠다. 유튜브나 네이버 기사 댓글만 보면 ‘하루아침에 여론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것 같다.
윤종석: 의외로 20대가 아닌 30대가 가장 낮거나 높은 데이터가 좀 있다. 2021년 당시의 20대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웠다. 중국에 대한 ‘감정’ 외에 나름의 합리적 태도, 프레임이 있는 것 같다.
이동한: 이번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전반적 호감도는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추세였다. 다만 그럼에도 건강보험처럼, ‘중국인만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높았던 대목은 놀라웠다.
중국 ‘사람’에 대한 호감도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낮게 나타났다.
하: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의 주된 이유가 ‘중국인은 민도가 낮다’이다. ‘일본인은 예절을 잘 지킨다’와 대비되는, 일종의 인종적 편견이 있다. 길거리에서 소란스러운 중국인들을 보여주는 유튜브 쇼츠 영상이 많더라.
박: 혐중 시위 규제론에 대해 반대편에서는 ‘반일·반미 시위는 왜 규제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로 응수한다. 그러나 두 집회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 반일 집회가 ‘일본인을 한국에서 추방하자’로 흐르지는 않고 반미 시위도 ‘미국인의 부동산을 전부 국고로 환수하자’는 주장까지 가진 않는다. 유독 중국과 중국인은 동일시하는 면이 있다.
하: 심지어 극우 집회가 한창일 때 근처 지나가던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다가 ‘너 중국인이야?’라는 질문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하더라. 극단적 사례지만 예전엔 벌어지지 않던 일이다. 최근 대림동 등지에서 벌어지는 혐중 시위는 일본 재특회의 혐한 시위와 완벽한 거울상이다. 반성할 필요가 있다.
박: 윤석열 탄핵 집회 때 한자가 적힌 우유팩이 발견돼 ‘중국인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라는 주장이 퍼진 적이 있다. 알고 보니 타이완 우유였다.
2021년 조사 때와 달리 중국 방문 횟수와 감정 사이 상관관계가 보였다.
하: 방문 경험에 따라 감정이 나아지는 건 사실인데 그것이 꼭 정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경험상 이야기하자면 사업이나 유학 등 사유로 오래 체류하면 (호감도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일종의 애증 관계가 되기도 한다.
윤: ‘인적 교류가 중요하다, 중국인과 많이 만나면 감정이 나아진다’는 것도 하나의 프레임이다. 막상 코로나19 때 대학가에서는 ‘많이 만났더니 오히려 안 좋아지더라’는 주장도 나왔다. 접촉 횟수보다는 접촉면이 중요하다. 친밀한 관계인 중국인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박: 중국 외 이주민들은 산업단지처럼 한국인과 상대적으로 접촉이 덜한 공간에서 따로 지낸다. 그런데 중국 동포(조선족)를 비롯한 중국계 이주민은 수가 많은 데다 동네방네 눈에 띈다(웃음). 접촉량이 많으니 갈등이 잦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 내부의 갈등은 개인의 문제가 되는 반면 이주민과 생기는 갈등은 해당 집단의 문제로 환원된다.
4년 전 조사와 달리 지지 정당이 큰 영향을 주었다. 민주당 지지층이 확실히 중국에 더 우호적이다.
이: 시작은 윤석열이 중국을 이념의 장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중국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한 순간부터 정치적·이념적 문제가 되었다. 이전에는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중국에 대해 호감도가 낮았다. 이제는 양극화되고 있다.
하: 윤석열은 반중이라는 우물에 혐중이라는 독을 풀었다. 내란 국면에서 ‘중국 간첩’ 이야기를 꺼내면서 모든 문제가 혐중으로 집중되었다. 온라인에서만 반중 감정을 드러내던 사람들이 중국인 관광객, 대림동 주민들에게 테러를 가하게 되었다. 이렇게 극우화된 혐중과 기존의 반중 정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을 혐오하지는 않지만 중국 체제에 비판적 의식을 지닌 사람과, 중국인을 한국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윤: 설문하기 전 양극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한쪽의 반중 감정이 좋아졌다면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따른 반사효과 외에 지지 정당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도덕적 태도와 다르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야, 너희가 말하는 건 아니지’라는 것이다.
박: 그럼에도 ‘균형적 입장을 가진 정치인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보수’에 해당하는 응답자들도 64%가 이쪽을 택했다(평균은 72%). 조국혁신당이 눈에 띄더라. ‘과도한 반중 정서는 국익에 손해를 줄 수 있다’에 조국혁신당 지지자 90%가 동의했다(평균은 70%). 스피커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중 관계 개선 같은 의제를 선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응답도 세대에 따라 나뉘었다.
윤: 2030 세대에게는 미국이 중국보다 더 잘나가는 게 당연하다. 10년 후 종합 국력에 대한 판단도 젊은 세대로 갈수록 확연하게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다른 세대에서는 미국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 이번에 반중 정서가 누그러진 데에는 트럼프가 초래한 위기 국면이 있다. 트럼프 2기의 전반적 특징이 우방국을 때리는 것 아닌가. ‘중국이 좋다’는 생각으로 감정온도가 올라갔다기보다는 미국 이슈 때문에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친미 성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4050 세대는 옅었다. 4050 세대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역전할 것’이라는 인식도 높게 나왔다.
박: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계 이주민들이 2030의 중국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70대는 1992년 한·중 수교 전 ‘죽의 장막’으로 가려진 중국을 이해하는 데에 고전이나 한문 같은 긍정적 이미지를 참고했다. 반면 젊은 세대가 마주하는 중국인은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유학생도 그렇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은 미국이나 일본에 갈 정도 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지방선거 투표권을 ‘중국인에 한해 제한한다’에 찬성 의견이 높았다(각각 63%, 64%).
윤: 건강보험은 좀 독특한 측면이 있다. 우리는 가족 단위로 수혜를 받는다(피부양자 제도). 대부분 국가는 개인 단위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중국인 가족이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사회보험 재정 문제가 계속 논란이다 보니 앞으로도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다.
박: 투표권은 왜곡된 면이 있다. 우선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난 자에게, 지방선거에만 부여한다. 그런데 정작 투표율은 매우 낮다. 본국(중국)에서 투표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중국 동포 커뮤니티에서는 ‘하지도 않는 투표 권리를 왜 줘서 논란거리를 만드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수정당은 이 문제로 중국 동포를 ‘외부의 적’으로 설정해 내부를 결집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 건강보험과 투표권에 대해서는 변수와 상관없이 찬성이 높다. 중국 문제에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이는 층에서도 찬성이 높다. 다음에 조사한다면 외국인의 투표권 문제를 함께 물으면 좋겠다. ‘중국인만 안 된다’가 아니라, ‘이건 당연히 한국인만 가진 권리인데 왜 외국인이 누리지?’라는 생각으로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을 수도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를 가늠하자면?
박: 반중·혐중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는 느낌이 있다. ‘중국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도 부정적이라고 답변한다. 이 응답 안에는 중국을 혐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중국 체제에 대한 건전한 비판도 섞여 있어서 둘을 정교하게 구별하는 과정이 어려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사실 중국 현지에서는 ‘혐중’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한국의 시민사회에서는 자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중국에서는 대안적 관계 모색에 대한 의지가 그리 보이지 않아 아쉽다.
이: 조사 결과에서 나왔듯 앞으로도 정치적 스탠스가 감정에 영향을 많이 줄 것 같다. 이번에 일본 호감도가 높게 나온 것도 윤석열 정부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대중국 감정도 이번 정부에 들어서는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양극화는 생기겠지만 변화의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조사는 다층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응답자도 여러 감정이 섞여 한쪽으로 답하기 어려운 느낌이 감지된다. 수면 위로 올라온 혐중 정서를 주기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겠다.
하: 4년 전에는 20대 남성이 확실히 튀었는데 이번에 그 정도는 아니었다. APEC 때 중국이 외교를 잘한 것 같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을 보고 ‘저 사람도 웃을 수 있구나’ 정도의 인상은 받은 것 같다. 뜻밖의 사고만 안 터지면 분위기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중 관계는 양쪽 다 섬세한 접근이 중요하다.
윤: 항상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세계적으로 인접국을 좋아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문제는 집단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으로 치닫는 것이다. 결국 중국과 협력의 가능성을 어떻게 찾느냐가 관건인데, ‘무조건 (중국을) 배제하자’는 여론이 주류는 아닌 것 같다. 향후 서울시립대에서도 이번 조사와 연동되는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려 한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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