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6인제로 ‘배구 둥절’ 제자리 잡아가니 ‘세상 짜릿’

손현수 기자 2025. 12.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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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한국스포츠과학원 공동기획]
생활스포츠, 100년이 튼튼 4. 배구 디비전리그
방교중과 능실중 선수들이 지난달 15일 수원 파장초에서 배구 디비전리그(V3) 경기 수원리그 남자 중등부 결승전을 하고 있다. 손현수 기자

대한배구협회 생활체육 디비전리그(V3) 경기 수원리그 중등부 최강자를 가리는 남자부 결승전이 열린 지난달 15일 수원 파장초등학교 체육관. ‘삐익’ 종료 휘슬과 함께 우승팀 방교중 선수들은 코치에게 달려가 기뻐했고, 한켠에선 패배한 능실중 선수들이 모여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는 친구의 등을 토닥였다. 마음먹은 대로 서브가 들어가지 않아도, 회심의 스파이크가 네트에 걸려도, 코트 밖으로 튀어 나가는 공을 잡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릴 정도로 배구를 향한 선수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대한배구협회는 올해부터 ‘스포츠클럽 디비전리그'를 실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클럽을 통한 생활 스포츠 확산을 위해 도입한 배구 디비전리그는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경계를 허무는 시험대다. 배구는 농구, 핸드볼, 하키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디비전리그를 가동하고 있다. 기존 디비전리그가 활성화된 당구와 탁구 등 승강제를 도입한 종목들은 동호인 성인부를 중심으로 저변을 넓혔다면, 배구는 학교 동아리 유소년 클럽을 기반으로 삼았다. 전국 12개 지역에서 실시되는 이번 리그는 미래의 배구팬이자 잠재적 선수층인 초·중·고 학생들에게 배구의 진짜 재미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대한배구협회는 올해 출범한 ‘V3(시도) 리그’를 시작으로, 2028년에는 기초 지방자치단체 단위인 ‘V4(시군구) 리그’를, 2030년에는 광역 단위를 묶는 ‘V2 리그’를 차례로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2032년 생활체육 최강팀과 전문 선수들이 한 무대에서 경쟁하는 ‘V1(전국) 리그’로 확장하는 것이다. 생활체육에서 출발해 전문 선수로 성장하고, 아울러 학교 체육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배구 코트 위에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기 방식을 9인제에서 6인제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생활체육 배구는 많은 선수들이 공을 쉽게 다룰 수 있는 ‘9인제’ 위주였다. 하지만 이번 디비전리그는 프로 선수들과 같은 방식인 ‘6인제' 룰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생활체육 배구인들이 향후 전문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경쟁할 수 있도록 표준을 맞추려는 시도다.

방교중 선수들이 지난달 15일 수원 파장초에서 배구 디비전리그(V3) 경기 수원리그 남자 중등부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손현수 기자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역시 낯선 ‘6인제’ 룰 도입이다. 9인제와 달리 로테이션을 돌며 모든 선수가 전위와 후위를 오가야 하는 6인제는 훨씬 복잡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 15일 만난 황인숙 대한배구협회 상임심판은 “9인제는 생활체육에서 주로 하지만, 프로나 엘리트 선수들은 6인제를 한다. 이번 리그는 그 룰을 학생들에게 적용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실 6인제가 쉬운 게 아니라 학생들이 빠른 시간에 습득하기 어렵다. 룰을 학생들에게 잘 설명해주고 난 뒤에 대회에 참여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는 황인숙 심판의 말처럼, 전문 지도자 파견 등 체계적인 사전 교육 시스템 마련은 보완할 부분이다.

한창 배울 시기의 학생들에게 6인제 룰은 협동의 계기가 됐다. 이날 여자 중등부 우승을 차지한 능실중 최남열 감독은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6인제 룰이 엄청난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이 룰에 재미를 느꼈다”며 “아이들이 룰을 익히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협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덩달아 교우 관계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능실중 주장 박주희(3학년)양은 “복잡한 방식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친구들과 손발이 잘 맞아서 좋은 성과를 냈다”며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도 룰에 관해 얘기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말을 트고 친해졌다”고 했다.

능실중과 은혜중 코치들이 지난달 15일 수원 파장초에서 배구 디비전리그(V3) 경기 수원리그 여자 중등부 결승전 중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손현수 기자

대회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승패를 떠나 코트 위에서 함께 움직이는 방법을 배웠다는 얘기다. 남자 중등부 우승팀 방교중 김수정 교사는 “원래 자기밖에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다른 친구가 실수하면 뛰어가서 공을 살리려 하고, 실수해도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배구 실력을 떠나 인성적으로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쭈뼛대던 친구들도 서로 얘기하며 팀 워크를 맞췄다”고 했다. 여자부 4강전까지 오른 세류중 신지유(1학년)양은 “배구를 하면 짜릿하다”며 “이기기 위해 같이 움직이다 보면 협동심도 생기고 친구들처럼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자극도 된다. 가족 같은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고 기뻐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배구 디비전리그는 앞으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경계를 허물 수 있을까.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참여는 디비전리그가 단순한 대회가 아닌 한국 배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임을 입증한다”며 “앞으로도 학교 개방 프로젝트 등과 연계하여 배구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한국스포츠과학원 공동기획

수원/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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