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 고유한 민감 데이터 수호에 달렸다 [AI시대, 한국책략]

2025. 12. 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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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 경쟁
편집자주
AI 기술력이 국가 안보를 지키는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AI시대 한국의 안보 전략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합니다.
AI 경쟁력 핵심, 데이터 경쟁력
데이터 관리도 미중으로 양분
국제규범 속 민감 영역 지켜야
그래픽=송정근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나 알고리즘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 AI 성능을 좌우하는 결정적 자원은 따로 있다. 바로 데이터다. 더 크고, 더 다양하고, 더 질 좋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가 더 강력한 AI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데이터 확보와 통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권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중국식 데이터 생태계의 확산을 차단하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틱톡(TikTok)이다. 미국 사용자들의 얼굴·음성·위치·관심사 등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판단한 미국 의회는 2024년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지분 매각 아니면 퇴출'을 요구하는 강력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또한 '해외 합법적 데이터 사용 명확화법'(CLOUD Act)을 강화해 미국 기업이 해외에 보관한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보했고,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중국 기업의 미국 내 데이터 자산 인수도 차단하고 있다. 그라인더(Grindr) 매각 명령도 미국이 데이터 주권을 안보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전략의 핵심은 명확하다. "시장 개방은 유지하되, 중국으로 흐르는 데이터는 철저히 통제한다."

반면 중국은 데이터를 국가자산으로 묶어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중국은 데이터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핵심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하고, 거대한 인터넷·IoT(사물인터넷)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자국 내에서 AI 학습에 집중적으로 활용한다. 디디추싱의 뉴욕 상장 철회는 중국의 이러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도·교통 데이터가 미국에 넘어갈 가능성을 이유로 중국 정부는 앱스토어 퇴출, 상장 폐지 압박, 과징금 부과까지 동원해 사실상 해외 상장을 막았다. 여기에 더해 국가정보법은 기업이 정부 요청 시 AI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는 감시·보안·공공안전 분야에서 중국 AI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양국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세계는 두 개의 데이터 블록으로 나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은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 적정성 기준이나 CLOUD Act 협정을 기반으로 ‘신뢰 가능한 국가들끼리 데이터 공유’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반면,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와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GDSI),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등을 통해 ‘데이터 자급자족권’을 구축하고 있다. 결국 AI 생태계도 두 진영으로 재편되어 진영 내부 데이터 공유, 진영 외부 데이터 차단이라는 폐쇄적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선택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미국 진영은 한국의 서방 규범 준수를 요구하고,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자신들을 향한 배제 조치에 동참하지 말 것을 기대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안보·경제 모두에 부담이 생기는 구조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하이브리드 데이터 전략이다. 개방성과 보호, 국제 협력과 국내 역량 강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무대에서 데이터·AI 규범 논의를 주도하며, 아시아에서 신뢰 기반의 데이터 표준을 이끌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APEC에서 디지털·AI 장관 선언문을 도출한 경험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국산 클라우드와 데이터 보안 기술을 강화하고, 국방·에너지·헬스케어 같은 민감 분야의 데이터는 철저히 국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확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공·민간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데이터 유통시장을 활성화하며, 국내 기업의 해외 데이터 협상력을 높이는 세심한 정책도 필요하다.

AI는 반도체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데이터 없이는 어느 AI도 성장할 수 없다. 한국이 지금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 미중 데이터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이 주도적이고 침착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하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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