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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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홍성 기상대에서 관측한 첫눈은 소나무를 배경으로 작은 눈송이가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모습이다.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산자락을 따라 구름이 만들어지기 쉬운데다, 기상청이 어리목에서 첫눈을 관측한 날엔 바람마저 거세게 몰아쳐 눈이 사선으로 굵은 빗금을 그으며 쏟아져 내렸다.
기다린 첫눈이 사락사락 내려 세상이 하얗게 되는 날, 불편함은 있겠지만, 큰 사고는 없기를, 마음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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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은 변동성이 크지만, 이번 주 서울에도 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확인한 날씨 예보다. 서울에 첫눈 소식이 늦어지면서 아이처럼 눈을 기다리게 된다. 기상청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11월 중하순에 먼저 첫눈을 맞은 다른 지역의 영상을 몇 번씩 돌려보기도 했다. 겨울마다 보는 눈 풍경이지만 자꾸 눈이 간다.
홍성 기상대에서 관측한 첫눈은 소나무를 배경으로 작은 눈송이가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모습이다. 가는 눈이 성기게 내릴 때 우리말로 '포슬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적은 양의 눈은 땅에 닿자마자 녹기 쉽다. 이곳에 내린 첫눈은 초겨울에 조금 내리는 '풋눈'답게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제주 산간에서 촬영된 영상은 사뭇 달랐다.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산자락을 따라 구름이 만들어지기 쉬운데다, 기상청이 어리목에서 첫눈을 관측한 날엔 바람마저 거세게 몰아쳐 눈이 사선으로 굵은 빗금을 그으며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눈과 함께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눈바람'이라고 한다. '눈바람이 치다'와 같이 쓸 수 있는데, 심훈의 소설 상록수 속 '오오 너희들은 기나긴 겨울에, 그 눈바람을 맞고도 싱싱하구나!'라는 인상적인 구절에도 남아있다.
이름마저 예쁜 '함박눈'은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이른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 때 찾는, 때 묻지 않은 하얀 눈은 '숫눈'이라고 하고, 펑펑 쏟아져 발등까지 빠질 만큼 눈이 내리면 '발등눈', 30㎝ 남짓 쌓일 정도로 오면 한 자만큼 내렸다고 '잣눈'이라고 한다. 한편 바닥에 살짝 깔릴 정도로 적게 내린 눈은 '살눈'이다. ‘살얼음’에서처럼 온전하지 못함을 뜻하는 접두사 '살-'이 쓰여 바닥을 다 덮지 못한 눈을 가리킨다.
겨울철 눈을 떠올리면, 예전에 새벽 TV뉴스를 진행할 때의 기록적인 수도권 폭설을 잊을 수 없다. 전날 오후부터 눈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해를 볼 수가 없었는데, 새벽 눈길에 출근을 하지 못할까 전날 회사 숙직실로 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늦은 시간에도 눈 때문에 주위가 안개 낀 것처럼 부예져 밝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상태를 '눈안개'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눈에 대해 한참 쓰다 보니 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슬그머니 잦아들고, 걱정이 고개를 든다. 기다린 첫눈이 사락사락 내려 세상이 하얗게 되는 날, 불편함은 있겠지만, 큰 사고는 없기를, 마음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최혜림 S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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