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현지 누나에게 추천”… 인사 청탁 문자서 드러난 실세
청탁 자리, 연봉 2억대 민간 협회장
與 “부적절” 입장 내고 조치 없어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민간 협회장 인사 청탁을 받고 “훈식이 형과 현지 누나에게 추천하겠다”고 답변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3일 “엄중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야권에선 “김현지 실세설이 입증됐다”는 말이 나왔다. 직무상 인사와 무관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민간 협회장 인사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문진석 의원은 지난 2일 밤 10시쯤 내년도 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비서관에게 “남국아,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 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장면은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홍씨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으로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 의원, 김 비서관은 모두 중앙대 출신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문 의원은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비서)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봐”라고 했다. 문 의원은 홍씨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파일도 김 비서관에게 보냈다. 문 의원이 메시지를 보낸 지 10여 분 만에 김 비서관은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 홍성범 본부장님”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문 의원은 “맞아, 잘 살펴줘^^”라고 했다. ‘훈식이 형’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실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강 실장은 당연직으로 대통령실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지만 김 부속실장은 대통령 수행과 일정 관리를 맡고 있어서다. 김 실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인사, 재정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에서 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 이상 인사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 김 실장은 부속실장이 관례상 국회에 나오지 않아 왔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에도 불출석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정 곳곳에서 ‘만사현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적나라하게 입증됐다”며 “김 실장이 청와대 상왕임을 입증한 인사 청탁”이라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김 실장은 대놓고 권력을 휘두르는 ‘앞선 실세’”라며 “왜 대통령실과 여당이 온갖 무리수를 던지며 ‘김현지 지키기’에 올인했는지 분명해졌다”고 했다.
특히 이번 인사 청탁 대상이 된 KAMA는 현대차·기아·한국GM 등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을 회원사로 둔 민간 협회로, 회장 자리는 추천을 받아 회원사 이사회에서 선출된다. 연봉은 2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주로 회원사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이 회장직을 수행해 왔고, 2011년 들어선 자동차 산업 유관 정부 부처의 고위 관료 출신들이 맡아왔다. 정치권 인사가 KAMA 회장을 한 사례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문 의원, 김 비서관, 강 실장, 김 부속실장 등 4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해당 청탁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경고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엄중 경고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며,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조속하게 대통령 친인척, 측근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당황한 분위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인사 청탁 문자에 대해 “당내에선 매우 부적절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사태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계엄 1년 직전에 이런 부적절한 일이 터져서 의원들도 불편해하고 있다”며 “인사 문제는 민감해서 더 커지지 않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진석 의원은 이날까지 입장을 내지 않았고 국회 운영위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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