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문학상 수상은 작가의 종착역이 아니라 ‘간이역’
지난달 28일 동인문학상 시상식이 조선일보사에서 열렸다. 올해 수상작은 김기창 작가의 장편 ‘마산’. 시상식장 입구에 놓인 축하 화환 중 마산고교 총동문회의 화환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수상작의 마무리는 이랬다. “마산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별처럼 반짝였다가 IMF 외환위기 전후로 찾아온 정보화시대에 스리슬쩍 퇴출당한 후 4차 혁명의 물결 속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결국 이름마저 잃은 도시였다.”
수상자는 시상식에서 “AI 시대에 소설가는 불완전한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상식은 기존 수상자들을 비롯한 문인들로 북적거렸다. ‘불완전한 인간’만 모인 뒤풀이는 풍성했다. 집에 오니 자정이 벌써 지났다.
오랜만에 맛본 문학 향연의 여운 때문인지, 인공지능(AI)을 불러내 ‘문학상은 왜 존재하는가’라고 싱거운 질문을 던졌다. AI는 헤르만 헤세의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을 인용했다. “문학상과 상금은 작품이 쓰인 종이만큼의 가치는 없지만, 수상 작가가 여기에 이르렀다는 표식이란 점에서 소중합니다.”
문학상이 작가의 여정에서 종착역이 아니라 간이역이란 말씀으로 들렸다. 전문을 확인하려고 스웨덴 한림원 사이트를 검색했더니, 헤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AI는 오류를 지적받자마자 잘못을 인정했지만, 헤세가 평소 그런 소신을 따로 밝힌 적이 있다면서 출처도 없이 우겼다. 언쟁을 벌이려다가 졸려서 포기했다.
그런데 AI의 인용문을 두고 왜 내가 문학상은 간이역이라고 해석했을까. 불현듯 떠올랐다. 지난해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김기태의 수상 소감. “상이라는 역에 머물지 않고 계속 달리는 기차가 되겠다.”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이 때로는 빛을 발휘할 때가 있다. 아무튼 문학상은 새로 들어오는 기차를 맞이하느라 계속 진행된다. 게다가 불완전한 문인들이 모처럼 모여서 왁자지껄 밤을 보내는 축제도 열어준다. AI는 낄 수 없는 자리다.
/박해현 ‘한국문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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