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13] Whatever people say, there is right, there is wrong

애거사 크리스티의 고전 추리 소설을 영화화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2017·사진)’은 벨기에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를 중심으로 눈 덮인 기차 안에서 발생한 기묘한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완벽한 질서와 균형을 추구하는 푸아로는 승객 중 한 명인 미국인 사업가 에드워드 라쳇이 살해당하자 범인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살인 사건은 기차가 눈 속에 갇힌 폐쇄적 환경과 피해자의 과거가 얽혀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라쳇은 누군가 자신을 노린다며 푸아로에게 보호를 요청했으나 푸아로는 본능적인 도덕적 반감으로 이를 거절한다. 라쳇에게 “당신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I do not like your face, M. Ratchett.)”라고 말한 것은 푸아로가 사건을 맡기 전부터 이미 도덕적 심판자의 고뇌를 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승객들은 모두 각자의 비밀을 숨기고 있었고 피해자의 몸에 난 12개의 칼자국은 이 사건이 단순 원한을 넘어선 집단적인 복수극일 가능성을 암시하며 푸아로가 추구하는 완벽한 논리에 도전한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푸아로는 자신이 믿어온 정의의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을 받는다. 모든 용의자가 피해자와 연결돼 있었고 그들의 살인이 법이 실패한 정의를 대신했다는 사실은 푸아로를 도덕적 고뇌에 몰아넣는다. 영화는 푸아로에게 불완전한 결말을 선택하게 한다. 그는 진실을 알면서도 12명의 공범이 각자 정의를 실현했다고 보고 경찰에게 제3의 살인자가 있었다는 거짓 보고를 제출한다. 푸아로의 고뇌는 클라이맥스 대사에 집약된다. “누가 뭐래도 옳고 그름은 있습니다.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습니다(Whatever people say, there is right, there is wrong. There is nothing in between).” 그러나 그는 스스로 이 원칙을 깨고 거짓을 선택하고 “정의의 저울이 기울어질 때도 있다”며 불균형을 감당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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