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들쭉날쭉한 인공지능
데이터 많은 영역에서만 천재적
장밋빛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냐
더 많이 공부해야 다음 단계 도약
2022년 말 챗지피티(ChatGPT)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놀랐다. 인공지능 챗봇이 드디어 사람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 매달, 매해 달라지는 인공지능의 모습에 사람들은 계속 감탄했다. 챗지피티는 처음에는 프로그래밍 능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고, 지금은 대학교 수준의 복잡한 수학 문제까지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학습’이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이 책을 펴 놓고 중요한 문장에 줄을 치며 내용을 공부하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인생 책’, ‘인생 문구’를 만나 한 사람의 삶 자체가 바뀌는 것도 본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학습’은 다르다. 현대 인공지능의 학습은 제프리 힌턴 박사가 만든 역전파에 기반을 둔다. 이 이론을 요약하면, ‘개별 데이터의 영향력을 줄이고, 매우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소량의 데이터로 빠르게 인공지능을 학습하려던 수많은 노력이 실패해서 등장한 이론이다.
달리 말하면, 인공지능에는 인생 책이나 인생 문구가 없다. 데이터 하나에서 매우 조금 배우는 대신, 아주 많은 데이터를 봐야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은 인간이 평생 보는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공부하니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이는 저주에 가깝다. 책 한 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인공지능은 품질 좋은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잘 수행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형편없는 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예를 들면 프로그래밍 분야의 경우, 스택오버플로(StackOverflow)라는 프로그래머 커뮤니티가 인공지능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는 수많은 프로그래밍 질의응답이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된 질의응답은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을 받는다.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양도 많고, 전 세계 프로그래머가 인증한 노다지 데이터가 가득한 셈이다. 프로그래밍은 부가가치도 높으니 인공지능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학습에 이 데이터를 사용한다.
반면 시계 읽는 법과 같은 일상의 자잘한 일은 깔끔하게 정리된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인공지능 회사들이 이렇게 부가가치가 애매한 작업의 데이터를 모으려고 인력을 많이 쓸 리도 없으니 이런 중요하지 않은 작업의 정확도가 높아지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인간이라면 앞에 앉혀두고 시침, 분침 등 시계의 구성 요소를 알려주며 족집게 과외를 해 주겠지만, 인공지능은 그렇게 배울 수 없다. 그래서 시계를 잘 읽지 못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은 인공지능 개발을 둘러싼 환경이 장밋빛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미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인공지능 연구개발 투자에 흥분하고 있지만, 이 투자만으로는 모두가 바라는 일반인공지능(AGI)이 탄생할 수는 없다. 새로운 인공지능에 흥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이론이 등장하고 있는지 냉철한 눈으로 봐야만 한다. 인공지능 시대이기에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다. 되레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기술이 대거 등장했으니 전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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