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똑 닮았네 했는데…日 문화 만나는 색다른 힐링

일본 미야기현=이진규 기자 2025. 12. 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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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상생의 길 '미야기올레'

- 미야기현 대지진 상처 남은 자리에
- 日측 요청으로 제주올레 본따 개설
- 2018년 해안 코스 개장한데 이어
- 최근 조성 끝낸 다가조코스 개장

미야기현 다가조시의 다가조올레 시작부에 지나는 개울 노다의 다마가와.


한국인들의 발길이 일본 구석구석 안 닿는 곳이 없지만 혼슈 북부를 일컫는 도호쿠(東北) 지방의 중심지인 미야기현은 여전히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다. 현청이 있는 센다이는 인구 100만이 넘는 도호쿠 지방 최대 도시지만 국내에서 항공편이 주 5회밖에 운항하지 않는다. 2011년 대지진 때 미야기현은 태평양에 접한 동북 지방 3개 현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지진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미야기현이 제주올레 측에 올레 개설을 타진했고 제주올레가 우여곡절 끝에 이를 받아들여 치유와 상생의 길로 미야기올레를 개설했다. 2018년 해안 코스인 게센누마·가라쿠와 코스와 오쿠마쓰시마 코스가 개장하며 한국의 도보 여행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 길이라는 점은 제주올레와 같지만 미야기올레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지난달 14~16일 미야기현에서 열린 ‘아시아 트레일즈 콘퍼런스(ATC) 2025’에 맞춰 개장식을 연 도심 역사의 길인 다가조 코스와 미야기올레에서 네 번째로 2020년 개장한 토메 코스를 걸었다.

◆‘신상 코스’ 1300년 역사 품은 다가조 코스

미야기올레 다가조 코스의 핵심인 다가조성터의 울창한 숲.


미야기현의 소도시 다가조(多賀城)시는 센다이시의 북동쪽에 붙은 자그마한 베드타운이지만 한때 도호쿠 지방의 중심지였던 유서 깊은 도시다. 1300년 전 나라 시대 다가조에는 도호쿠 지방을 통치하는 정청이 있었다. 지금은 건물터만 남은 다가조성의 자취로 오랜 영화를 유추할 뿐이지만 옛 명소나 일본의 정형시 와카에 노래한 사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다가조는 일본의 옛 율령국인 무쓰국 국부가 있던 성에서 도시 이름이 유래했다. 다가조 코스는 역사 도시 다가조의 주택가와 절터, 성터는 물론 짙은 숲길과 호수 등 일본 유산과 와카 속의 상징적인 장소를 이어 걷는 8.5㎞ 코스다.

다가조 코스는 다가조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시나오시 강변의 JR센세키선 다가조역에서 출발한다. 강변을 따라 잠시 걸으면 이내 길은 스나오시강으로 흘러드는 개울인 노다의 다마가와로 접어든다. 좁은 물길을 제외하면 개울 바닥을 콘크리트로 덮은 모습이 이질적이다. 옛 모습은 지금보다는 한결 정취 넘치는 풍광이었던 듯하다. 신코킨와카슈의 노인 법사는 ‘저녁때가 되면 /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무쓰국의 / 노다의 다마가와에서는 많은 새가 울고 있네’라는 와카를 남겼다. 개울을 가로지르는 오모와쿠 다리도 고대 귀족들이 동경하며 와카를 읊던 대상이었다.

주택가를 벗어나면 다가조성과 같은 시기인 8세기 초에 창건한 옛 절터를 지난다. 평범한 도시 풍경에 이어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도호쿠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동북역사박물관과 우키시마신사를 지나면 다가조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옛 다가조성의 권역에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와 편백 숲을 벗어나면 나라의 헤이죠코궁과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유적과 더불어 일본 3대 사적으로 꼽히는 다가조 정청 터가 남쪽으로 탁 트인 풍광을 바라보며 펼쳐진다. 정청 터에 서면 시야에 들어오는 다가조 남문은 지난해 다가조 창건 1300주년을 기념해 고대 다가조의 정문을 복원한 것이다. 주변 유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새 건물이지만 이미 다가조의 상징처럼 다가조 올레 핀버튼 같은 기념품에 자리를 잡았다. 남문 아래 안내 시설에서 올레 코스가 끝난다.

◆한국의 전원 풍경을 옮겨온 듯한 토메 코스

미야기올레 토메 코스 후반부의 뵤도누마호수를 따라 걷는 길.


미야기현 동북쪽 도메 시의 전원을 가로지르는 토메 코스는 미야기올레 가운데 네 번째로 2020년 개장했다. ‘웅대한 자연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코스’라는 미야기올레 스탬프북의 소개와는 달리 소박한 전원 풍경이 특징인 길이다. 토메 코스는 있을 건 다 있지만 뭔가 인상적인 풍경을 기대하는 한국 사람들이 보기엔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11㎞ 거리의 토메 코스는 일본의 한적한 전원을 걷다가 작은 편백숲, 올레길 옆으로 철새가 헤엄치는 호수를 차례로 지나면 울창한 자연림이 썩 괜찮은 마침표를 찍는다. 애초 가을 색이 짙게 풍기는 무라타 코스를 걸을 예정이었지만 일본을 떠들썩하게 한 곰 출몰의 우려 때문에 코스를 폐쇄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다가조 코스에 앞서 개장하려던 자오·도갓타온천 코스도 개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도메시 남부 지역에 있는 토요사토공민관을 출발하면 게센누마선 단선 철로를 따라 너른 들판을 걷는다. 이어지는 기타가미강의 둑길은 주변에 나무가 촘촘해 여유롭게 흐르는 물길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아쉽다. 토메 코스는 기타가미강과 헤어져 마을로 들어선 뒤 단풍이 화려한 사찰 코린지로 들어선다. 코린지의 산문은 16세기 무로마치 시대 후기에 이전해 지은 것으로 화려한 장식이 없이 지붕까지 목재로 만든 담백한 목조 건축물이다.

경내를 통과해 마을을 벗어나면 산그늘로 들어가는 평화로운 들길이 기다린다.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미역취는 한국에서 흔히 보던 낯익은 풍경이다. 이어지는 편백 숲은 넘어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다. 때로는 다리를 높이 들고, 때로는 허리를 숙이며 속도를 내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지나가게 한다. 이어지는 뵤도누마호수 초입의 언덕 위에 선 뵤도누마농촌문화학습관 2층 전망대에서는 호수의 전경을 눈에 담는다. 시계 방향으로 에돌아 호수 중간쯤에서 오리 떼가 곁에서 한가롭게 헤엄치는 후레아이바시 다리를 건너 토메 코스의 마침표이자 하이라이트인 이코이노모리 숲으로 들어선다. 가을의 끝자락을 맞은 숲길에 단풍은 짙고 낙엽은 두껍다. 눈을 시리게 하는 노랗게 물든 서어나무 단풍을 홀린 듯 바라보다 토메 코스를 마친다.

◆다테 마사무네와 미야기현

다테 마사무네의 중신 가타쿠라 카케츠나가 쌓은 시로이시성의 천수각은 1995년에 복원했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북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미야기현은 나루코 온천과 산정호수와 스키장이 있는 자오산이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도쿄로 해산물을 공급하며 ‘에도의 부엌’이라 불릴 정도로 식자재가 풍부해 미식 여행지로도 손꼽는다. 미야기에 가면 지역 대표 음식이자 센다이 사람들의 소울푸드인 소혀 요리 ‘규탄’을 맛봐야 한다. 소를 뜻하는 ‘규’와 혀를 뜻하는 영어 단어 ‘tongue’을 합쳐 만들어진 단어다. 또 다른 미야기 특산 식재료가 ‘즌다(풋콩)’다. 즌다모찌, 즌다 세이크, 즌다 케이크 등을 파는 가게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일본 내 생산량 1위를 차지하는 쫄깃한 어묵(가마보코)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ATC의 기념품 중에도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센다이성터의 다테 마사무네 동상.


미야기를 이야기할 때 전국시대 무장으로 센다이의 초대 번주였던 다테 마사무네를 빼놓을 수 없다. 미야기현 캐릭터 무스비마루는 다테 마사무네의 초승달 모양 투구 장식을 쓴다. 다테 마사무네는 임진왜란 2년째인 1593년 4월 조선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6월에 벌어진 진주성 전투에 참전했다. 그 공로로 마사무네는 일본으로 돌아가 막부를 열 수 있었다.

센다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발 130m 아오바야마 언덕에는 마사무네가 막부를 연 1602년 쌓은 센다이성이 흔적만 남아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폐허가 된 센다이 성터 천수각 자리 앞에 말을 탄 다테 마사무네의 동상이 센다이시를 내려다본다. 센다이시에서 남서쪽으로 30여 ㎞ 떨어진 시로이시에 있는 시로이시성은 다테 마사무네의 중신 가타쿠라 카케츠나가 쌓은 성으로 마사무네가 종종 찾아와 머물렀다고 한다. 성은 메이지 7년(1874)에 헐려 공원이 되었다가 1995년에 천수각을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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