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 뽑으러 왕복 90분… 농어촌 노인 ‘ATM 찾아 삼만리’
지방 소도시·농촌일수록 더 멀어
은행들 유지비용 이유 잇단 철수
인터넷뱅킹 서툰 노인들 직격탄
영국·스웨덴 등은 접근성 제도화
“금융소외 심각, 법적 기준 필요”
강원 인제군에서 농사를 짓는 이모(79)씨는 돈이 필요할 때면 왕복 1시간30분을 이동한다. 가장 가까운 현금인출기(ATM)가 그만큼 멀다. 차로 가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며 차를 처분해 하루 2번 있는 버스를 타고 다닌다. 인출기 사용이 어려워 직원이 있는 창구에서만 돈을 찾던 그는 재작년 다니던 은행이 문을 닫으며 결국 딸에게 인출기 사용법을 배웠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실이 금융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기준 강원·경남·경북·대구·전남·전북·충남·충북 기초자치단체(시군구) 34곳에서 1㎞ 이내 현금인출기 접근 불가능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었다. 가장 비율이 높은 곳은 전남 신안군으로 10명 중 7명꼴(76.2%)이었다.
단위 면적(1㎢)당 인출기 수 격차도 컸다. 지난해 기준 서울(28.4대)은 강원(0.22대)의 129배 수준이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광역시와 세종을 제외한 8곳의 광역자치단체에서 1㎢당 인출기 수가 한 대 미만이었다.

은행들은 현금인출기 설치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수익성을 고려했을 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이나 농촌 지역은 인구 밀도가 낮고 유동 인구도 적다 보니 인출기 하루 이용 건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대 설치하는 데 수백만원이 들고, 통신비나 보안, 현금 수송 등의 고정비도 매달 나가는데 사실상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도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만 책임을 지울 순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윤준호·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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