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갇히거나…들개를 들개로 살게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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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로 태어난 '단풍'과 '은행'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보호소)에 잡혀 들어갔다.
한 달간의 유기동물 공고 기간 동안 '주인'이 생기지 않자, 둘은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약물 죽임'(살처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는 주인 없이 돌아다니거나 산에서 생활하는 개를 공식적으로 '들개'라고 부르진 않지만, '유기·유실견'으로 분류해 지자체 보호소에 포획·수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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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포획과 안락사 문제 다룬 ‘들에서 사라진 개들’ 기록집

들개로 태어난 ‘단풍’과 ‘은행’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보호소)에 잡혀 들어갔다. 한 달간의 유기동물 공고 기간 동안 ‘주인’이 생기지 않자, 둘은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약물 죽임’(살처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정윤영 르포 작가는 이들 ‘남매’의 딱한 사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집으로 데리고 와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보게 됐다. “보호소에 들어오는 개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동물권활동가로 활동하며 글·그림 작업을 해온 혜리 작가에게는 ‘앵두’가 그런 존재였다. 짧은 줄에 묶여 사는 마당 개 ‘숯댕이’에게 놀러 오던 백구를 잡기 위해 포획틀을 발견한 게 시작이었다. 민원으로 놓였던 포획틀은 회수되었지만, 백구의 거취를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게 백구는 마당 개를 거쳐 한 가정에 입양돼 ‘반려견’ 앵두가 됐다.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는 어째서 들개를 들개로 살게 하지 못할까. 왜 들에서 앵두는 사라져야 했을까. 이것은 공존일까 약탈일까.”
우리 사회가 흔히 들개라 부르는 개와 인연을 맺은 두 작가가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들에서 사라진 개들: 들개 포획과 안락사 문제를 둘러싼 공론화 프로젝트’ 기록집을 피디에프(PDF)로 펴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협동조합형 동물병원인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 지원 사업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주인 없이 돌아다니거나 산에서 생활하는 개를 공식적으로 ‘들개’라고 부르진 않지만, ‘유기·유실견’으로 분류해 지자체 보호소에 포획·수용하고 있다. 개들이 무리 지어 살아가며 농장동물이나 사람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 따라서는 개 포획 과정에서 사용된 마취 총에 개들이 사망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보호소 입소 이후에 나타난다. 입양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들은 법정공고 기간(통상 열흘) 이후 성견이든 새끼든 살처분 당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작은 품종견도 아닌 데다가 사람을 두려워하는 이 개들이 ‘반려견’으로 입양될 확률은 희박하다. “누군가 (민원) 신고만 하면 산에 살고 있는 개를 잡아오고, 잘 살고 있던 개는 열흘이 지나면 죽임을 당하”는 현실인 것이다.


두 작가는 인간이 “이런 ‘권한’을 휘두르는 게 온당한 일일까” 되물었다. 주인 없는 개를 잡아다 가두거나 죽이는 것 이외의 대안이 없을지 고민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과 인천 강화도, 경남 하동에서 들개와 관계 맺은 이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북한산의 개들이 은평뉴타운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개들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버스 터미널이나 동네 공원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동네 개(community dog)도 있다는 것, 개를 중성화한 뒤 제자리에 방사(TNR)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가능성을 봤다.
정윤영 작가는 한겨레에 “북한산 들개 문제를 접하며,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졌던 들개의 존재가 실은 우리가 개와 맺어온 관계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니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개들을 대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기록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인간의 돌봄과 통제, 두 선택지를 벗어난 들개들의 ‘다른 삶’은 과연 가능할까.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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