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혁칼럼] 600조 투자 길 트는 게 특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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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600조원 투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SK하이닉스가 매년 수십조 원의 이익을 거둔다고 해도 자체 현금흐름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프로젝트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서구에서 100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예를 들어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자회사로 두고 외부 투자금을 모집할 수 있게 해주는 공정거래법 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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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조 반도체 팹 투자 급한데
한국은 '낡은 유물'에 발묶여
관행 뛰어넘는 속도전 시급

SK하이닉스의 600조원 투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초대형 팹 4기를 만들 작정이다. 1기를 짓는 데 150조원이 소요되니까 4개면 600조원이다. 향후 10여 년간 진행될 대공사다. 급팽창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려면 조속한 투자가 필수다.
눈앞의 난관은 자금 조달. SK하이닉스가 매년 수십조 원의 이익을 거둔다고 해도 자체 현금흐름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프로젝트다. 외부 자금 수혈이 시급한데 회사채 발행과 차입은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고, 대규모 증자는 소액 주주들의 반발에 막힐 공산이 크다.
그래서 재계는 일반지주사가 투자전문회사(GP)를 소유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고 건의한다. 기업이 자기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길을 터주자는 얘기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서구에서 100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 '100년 된 규제'는 산업화 시대에 재벌이 은행 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걸 막기 위해 생긴 것이다. 국가경제안보와 밀접한 첨단산업 투자까지 낡은 유물의 잣대를 적용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불안하다면 투자전문회사 공시를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일부 반대론자들은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킨다면서 '특정 재벌 특혜론'을 거론한다. 과연 이것이 SK만의 특혜일까. 5년 걸릴 공사를 불과 2년 만에 끝내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 구마모토 공장 사례를 보자. 일본 정부는 농지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획기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그리고 투자금의 절반가량인 4조3000억원을 파격 지원했다. 하지만 별다른 특혜 시비가 없었다. 반도체 부활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의 TSMC 밀어주기는 누가 봐도 노골적이다. 대만은 대가뭄 때 논에 대줄 농업용수를 끊고 TSMC로 물길을 돌렸다. 반도체 엔지니어가 부족하자 6개월마다 대학 신입생을 뽑아 산업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다.
선진국들이 이처럼 두 팔 걷어 특혜성 지원에 나서는 건 이 싸움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기업 차원을 넘어섰다. 이건 국가 대항전이다. 한국이 잠시 한눈팔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게 자명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5년 뒤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상은 이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중국의 창신메모리는 삼성·SK와 비슷한 성능의 첨단 D램을 지난달 깜짝 공개했다. 또한 화웨이가 만든 '어센드 910C' 칩은 엔비디아 H20의 성능을 훨씬 앞질러 자력갱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제 중국의 반도체 위협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속한 전략적 투자에 있다. SK 고위 인사는 "불과 5~6년 전에는 120조원이면 가능했는데 이제는 600조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가 터져 나온 본질은 천문학적 투자를 감당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금산분리를 건드릴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자회사로 두고 외부 투자금을 모집할 수 있게 해주는 공정거래법 개정이다.
경쟁국들은 기업의 손에 싸울 무기를 쥐여주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기업의 손발에 묶인 끈조차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숨 가쁜 AI 쟁탈전 속에서 재벌 특혜 논쟁은 한가로운 소모전일 뿐이다.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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