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통합" 예고…국힘은 '사과, 절연' 사분오열 [스프]


"정의로운 통합"

"국민 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 만들기 위해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
계엄 사태가 1년 지났으니 이제 '국민 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성명 발표 뒤, '정의로운 통합'에 대한 기자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봉합이 아닌 통합을 말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함께 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란 사태를 미봉(彌縫)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고, 국민 여론도 이제 '통합'을 얘기할 때라고 보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나타내 보였습니다. 앞으로의 과정이 길고 지치더라도 치료는 깨끗하게 해야 한다면서, 계엄 사태를 치명적인 암에 비유했습니다. "만약 감기 같은 사소한 질병을 1년씩 치료하고 있다면 그건 무능한 것이겠지만, 몸속 깊숙이 박힌 치명적인 암을 제거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의로운 통합'의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 진행 중인 사건을 진압하는 것"
과거 정부의 '적폐 청산'과 '내란 단죄'를 비교하는 질문에는 "내란 단죄와 과거 청산은 차원이 다르다.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일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진압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은 어제는 국가권력을 이용한 인권 침해에 대해 "나치 전범 처리하듯" 처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는데, 오늘은 민주당에서 논의되는 '추가 특검'에 대해 "국회가 적절히 잘 판단할 것"이라며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 등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내란 단죄'가 언제쯤으로 대략의 일정을 잡고 마무리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고, 결국 '정의로운 통합'을 내세운 '내란 국면의 지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인식과 방향을 제시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는 자당의 입장을 두고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성과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이라는 요구에 대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메시지의 시작에서부터 계엄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입장 발표도 당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언론을 상대로 한 발언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습니다.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습니다.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오늘 소셜미디어 메시지)
비상계엄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밝혀져야 할 사안입니다. 의회 폭거에 대한 항거는 계엄으로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장이었고, 대통령 임기 초부터 기획되었다거나 부인 김건희 씨의 형사처벌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는 의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비상계엄의 책임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있고, 그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게 국민의힘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메시지 어디에도 당 내에서 제기되는 '반성과 사과', '윤석열과 절연'이라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제 인천 국민대회 연설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다. (중략)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 발언에 오늘 대응 기조가 예고돼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안에서 '반성과 사과'를 주창해온 초선 김재섭 의원이 장 대표의 메시지를 맹렬하게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에 1명입니다. 당시는 친한파로 분류됐던 장동혁 대표는 그 뒤 정치적 입장을 급선회했고,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 대표에 올랐습니다. 오늘 메시지도 극우 성향을 포함한 강성 지치층의 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고, 그가 선택한 최고 수위의 문구는 "당 대표로서 책임 통감"이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107명 의원 대표하여 국민께 사과"
그런데 예상 외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기자회견의 형식이었고, 허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다른 메시지...역할 분담에 진정성 의구심
송언석 원내대표는 자신이 대표로 한 사과에 국민의힘 의원 모두가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도 포함된다는 것이지요. 당 대표가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사과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송 원내대표가 대국민 사과 회견을 하는 것은 사전에 장 대표와 협의를 거쳤다고 합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는 셈이죠. 일각에서는 장동혁 대표는 당의 강성 지지층을 향해, 송언석 원내대표는 중도층까지 포함한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합니다. '당의 단합'을 말하면서도, 당의 수뇌부 2명이 서로 다른 수준의 메시지를 내는 게 국민의힘의 현실입니다. 이래서는 당의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 전원을 대표했다며 사과를 해도 그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의사를 확인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윤석열과 절연'에 대한 답은 "노 코멘트"였습니다.
국힘 의원 25명, 대국민 사과와 윤석열 절연·재창당 다짐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의사를 물었다고 밝힌 것은, '반성과 사과', '윤석열과 절연'을 주창해온 국민의힘 일부 재선 의원 그룹이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오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 재창당 수준의 정당 혁신을 다짐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재차 확인한 점입니다. 발표문 중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대통령 윤석열 파면'이라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주요하게 지적한 대목입니다. 오늘 국민의힘 의원 25명 발표문에 담긴 이 내용은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이나 정당성까지 옹호하는 세력과 자신들을 명확히 구분하는 선입니다. 오늘 발표는 초재선 의원들이 주도했지만, 3선과 4선 의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비례대표 초선 5명> 김건·김소희·안상훈·유용원·진종오 의원
<재선 9명> 권영진·김형동·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최형두 의원
<3선 3명> 김성원·송석준·신성범 의원
<4선 1명> 안철수 의원
정치적으로 보자면, 이들이 '윤석열 절연'과 '재창당'을 주창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당 수뇌부와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재섭 의원이 처음 '20명 정도'를 목표로 제시했는데, 그보다는 조금 많은 25명이 뜻을 모았습니다. 의원 20명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앞으로 당 수뇌부와 다른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단적 움직임까지 갈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입니다. 다만 이들이 대국민 사과와 윤석열 절연, 재창당에 뜻을 같이하게 된 동기는 살펴볼 만합니다. 그래서 25명 중 지역구 의원 20명의 지역구를 분류해 봤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양만희 논설위원 manba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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