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신공항 국비 신청, 기재부 문턱도 못넘었다…윤석열 정부 이어 이재명 정부도 외면
당초 계획한 토지보상 등 신공항 건설 추진 차질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인 민·군통합공항(TK신공항) 건설사업이 내년도 정부 예산(공자기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대구는 허탈과 무기력에 빠졌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대구시는 정부부처와 여야를 넘나들며 60년간 시달린 소음피해 해소와 국방전력 강화, 지역균형성장을 희망하는 대구시민의 간절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끝내 이를 외면했다.
2일 밤 국회 통과로 확정된 2026년 정부예산안에는 대구시가 올린 TK신공항 건설사업 예산(공자기금 2천795억 원 융자와 금융비용 87억 원)은 빠졌다. 민간공항 관련 예산 318억 원만 반영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서 보류된 내년도 예산안을 재심사해 기사회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대구시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후 소소위 심사 등 국회에서 치열한 협의가 진행됐음에도 TK신공항 건설사업 국비 예산은 기재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10월24일 대구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신공항 국비 지원 요청에 대해) 이건 정책적 결단과 재정 여력의 문제인 데, 실현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며 국가예산 투입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언질로 시·도민은 희망을 가졌지만, 끝내 무산됐다.
신공항 건설의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 결과를 두고,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예산안 조정소위에서 이미 국비 반영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비예산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광주시와 공동으로 추진 방향과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TK신공항 공자기금 미확보로 당장 내년부터 계획 중인 토지 보상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다시 설득에 나서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다만, 국회 예결위 활동과정에서 제출된 부대의견은 최종 반영돼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부대의견에는 'TK신공항 건설사업은 군공항 이전이 핵심이고, 기획재정부와 국방부는 기부대양여 원칙 하에 적절한 지원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됐다. 부대의견의 경우 법률적 효력은 없으나, 정부에 건의·권고·경고 등 의사 표명의 수단이다.
부대의견 반영으로 정부부처는 의견에 대한 이행계획과 실적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관련 보고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TK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부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장에 공식적으로 협의하는 대상으로 나와야 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정부 차원의 TK신공항 지원 검토를 약속한 만큼, 부대의견에 따라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어떤 방침을 제시할 지가 관건이다.
앞서 대구시는 2014년 국방부에 최초 이전건의서 제출을 시작으로 이전부지 선정(2020년), 국방부 합의각서 체결(2023년) 등으로 TK신공항 건설사업을 진행해 왔다. 2023년 국방부에서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은 뒤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추진했지만, 기부대양여 방식의 한계로 인한 사업성 부족으로 공모가 무산됐다. 이후 2024년 공자기금을 활용한 공영개발방식으로의 전환을 발표하고, 2025년 상반기 군공항 사업비 11조5천억 원에 대해 공자기금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자기금이 반영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광주와 연대해 대구시의 군공항 이전사업을 함께 논의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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