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승 승용차 소화기 의무화 1년…처벌·단속 없어 ‘종이 조항’ 전락

이상만 기자 2025. 12. 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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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화재 연평균 300건 넘는데 적용 주체 불명확…“초기 1~2분 대응 위해 제도 보완 시급”
정기검사·홍보·단속 체계 부재 지적…전기차 화재 증가 속 실효성 강화 요구 높아져
▲ 지난 11월 24일 오후 2시38분께 경주시 외동읍에서 주행 중이던 승용차가 전신주을 들이 박아 전복 후 화재가 발생 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하는 장면. 경북소방본부 제공

5인승 이상 승용차에 차량용 소화기 비치를 의무화한 법이 시행된 지 1년 (지난해 12월 1일)이 지났지만, 과태료·단속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종이 조항'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차량화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경북 예천군 호명읍 신도시에 거주하는 황모(46)씨는 지난해 등록한 5인승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어 소화기를 의무 비치해야 하는 대상자다.

하지만 최근 정기 종합검사 과정에서 소화기 비치 여부에 대한 안내나 확인 절차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차량 기능만 검사했을 뿐 소화기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며 "아예 의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현행 소방시설법은 2024년 12월 1일부터 '특정소방대상물' 범위를 5인승 이상 승용차까지 확대해 신규 등록 차량과 소유권 이전 차량에 소화기 비치를 의무화했다. 차량 화재 초기 대응의 어려움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처벌 규정은 빠져 있다. 자동차관리법에는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 조항이 있으나, 소화기 의무 비치는 소방시설법에만 명시돼 있어 적용이 불분명하다.

단속 주체 또한 소방·경찰·검사기관 어디인지조차 모호해 사실상 누구도 단속하지 않는 상태다.

3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차량 화재(오토바이 제외)가 매년 300건이 넘게 발생하며, 최근 5년간(2021~2025년 11월) 총 1,796건의 화재가 일어났다. 이로 인한 사상자는 106명(사망 23명·부상 83명), 재산피해는 166억7,800만원에 달한다.

연도별 차량 화재는 △2021년 333건(사상자 20명) △2022년 371건(15명) △2023년 360건(31명) △2024년 390건(21명) △2025년 11월까지 342건(19명) 등으로, 큰 폭은 아니지만 꾸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토바이를 포함한 모든 경북의 자동차 화재는 최근 5년간(2021~2025년 11월) 총 1,867건 발생해 108명의 사상자(사망 23명·부상 85명)가 나왔다.

재산피해만 168억여 원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352건(사상자 20명·피해 25억6천만 원) △2022년 395건(15명·36억6천만 원) △2023년 363건(31명·35억8천만 원) △2024년 401건(22명·28억8천만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고, 올해도 11월까지 356건(20명·피해 41억7천만 원)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립경국대학교 정태헌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차량 화재는 초기 1~2분 대응이 생명을 가른다"며 "의무 규정만 만들어놓고 교육·홍보·단속 체계가 없다면 화재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