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민원 통했나…‘원포인트 특혜’에 느슨해진 금산분리

이도윤 2025. 12. 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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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0월 초부터 약 두 달에 걸쳐 논의해온 금산분리 규제 완화안이 최근 확정됐습니다. SK에서 정부에 제출한 희망 투자 모델을 바탕으로 한 규제 완화안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SK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지난 주말 관계 부처가 연 회의에서 합의한 규제 완화안에는 SK가 특혜를 입는 안이 그대로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증손회사 지분율 50%로·금융 리스 허용

기재부, 공정위, 산업부, 금융위 등 관계 부처 장관은 지난달 29일 저녁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안에 합의했습니다.

증손회사 지분율 제한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고, 지주회사도 금융 리스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신의 자회사 즉 증손회사를 가지려면 그 지분율을 100%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를 말합니다. 지주사가 소수지분으로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이 요건이 50%로 낮아진다는 건, 앞으로 손자회사도 절반 비용만 투자하고 자회사들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더 나아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3단계만 허용하는 대기업 출자 단계 규제가,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의 4단계까지 쉽게 내려올 수 있도 빗장이 풀리게 됩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들은 금융업을 하는 회사 주식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주회사도 금융리스 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 방침입니다.

이런 규제 완화의 대상, 즉 특례의 대상이 되려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①반도체 첨단 전략 산업으로 선정되어야 하고 ②투자 프로젝트를 사전에 정부로부터 심사·승인받아야 하며 ③지방 투자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정부는 조만간 이런 규제 완화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 SK '희망 투자 모델' 기반 규제 완화안으로 확정

이 규제 완화, SK가 'SK하이닉스 희망 투자 모델'이라며 정부에 제출했던 구상과 동일합니다.

SK는 SK하이닉스 밑에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공장을 지은 뒤, 그 공장을 SK하이닉스에 임대하겠다는 구상을 제출했습니다.


이 모델에 필요한 두 가지, ①지주회사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지분율 규제와 ②금산분리 규제를 한 번에 풀기로 정부가 합의한 겁니다.

특히 '증손회사 지분율' 규제 완화는 사실상 SK하이닉스만 수혜를 입는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회사들이 주력 회사입니다. 그 아래에 있는 손자회사와 증손회사 관련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웬만한 기업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얘깁니다.

손자회사이면서 주력 회사인 곳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특히 반도체 업을 하면서 손자회사인 곳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합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AI 투자 확대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특정 재벌 맞춤형 규제 완화 요구라 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SK 등 재계의 민원만으로 섣불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이 아닌지, 이것이 금산분리 원칙을 더 훼손하면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제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 '특혜 시비' 있다면서도 규제 완화 방법만 바꿔

지난 주말 열린 장관 회의에서 '특혜 시비'가 언급되긴 했습니다.

증손회사 규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 '반도체' 관련 법을 바꾼다면, SK와 관련한 특혜 시비가 불가피하다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특별법 개정이나 특례법 제정 대신 첨단전략산업법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특례 적용 대상은 시행령에 위임하되, 우선 반도체 분야만 허용할 예정입니다.

SK에 사실상 특혜를 주는 내용인 것을 알면서도 규제 완화를 강행하는 셈입니다.

■ 하이닉스 등 손자회사 아래 '문어발 확장' 길 열려

이번 대기업 관련 규제 완화는 요약하자면 '손자회사 밑에' '금융업을 할 수 있는' SPC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두 가지 핵심 포인트 중 더 중요한 건 '손자회사 밑에', 이 부분입니다.

만약 업계에서 원하는 것이 금융리스업 허용이었다면, 금융 SPC를 자회사 밑에 두든 손자회사 밑에 두든 무방했을 겁니다. 하지만 굳이 또 다른 큰 규제인 지분율 규제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래야 자금 여력이 생겨 손자회사 밑에 금융리스 SPC를 포함해 여러 자회사를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유일하게 수혜를 보는 SK의 사례로 볼까요. SK 그룹 내에서 SK하이닉스의 의존도는 절대적입니다. SK 그룹은 지난해 27조 1,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중 SK하이닉스의 실적이 21조 3,300억 원으로 전체의 78%가 넘습니다.

그런데 그룹 내 단계로만 보면 SK하이닉스는 SK지주, SK스퀘어의 지배를 받는 손자회사, 소위 '말단 회사'입니다. SK하이닉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이용해 원하는 사업에 투자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규제를 풀어 SK하이닉스 돈으로 여러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박 교수는 "SK는 오래전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 해외 계열사를 만들고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해 왔지만 성과가 없었다"면서 "그룹이나 총수 차원에서 투자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잘나가는 회사의 돈을 쓰고 싶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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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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