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 1145조 보험업계 ‘생산적 금융’ 참여…생보 9개사 TF 가동
지난달 13일 고위급 첫 회의…AI·반도체 정조준
1145조 운용에도 규제 묶여…“규제 완화 필수적”
생·손보협회 공동 세미나서도 규제 완화 ‘한목소리’
금융위 “규제 정비” 화답…업계 “준비 속도 낼 것”
![2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보험업권 생산적 금융 활성화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홍용(윗줄 왼쪽부터) EY 상무, 정지영 신한라이프 상무, 송하영 삼성화재 상무, 윤선중 동국대 교수, 김지훈 손보협회 상무. 노건엽(아랫줄 왼쪽부터) 보험연구원 실장, 이경희 상명대 교수, 김철주 생보협회 회장, 이병래 손보협회 회장,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 이재석 삼정KPMG 상무. [생명보험협회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3/ned/20251203150850584olvz.jpg)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발맞춰 업계 차원의 대응 추진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삼성생명·한화생명 등 대형사부터 디지털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까지 총 9개 생보사가 ‘원팀’으로 뭉쳐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114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도 보수적인 운용에 머물렀던 보험업계가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계기로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의 투자 주체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추진 체계를 확정하고, 물밑 실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추진 체계는 협회 차원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를 집행할 주요 보험사들이 대거 참여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추진 체계는 협의체(부기관장급 회의체)를 중심으로 ▷임원 태스크포스(TF) ▷실무 TF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신한라이프 등 자금력을 갖춘 대형 보험사가 협의체에 참가해 중심을 잡고, 여기에 미래에셋생명·흥국생명·iM라이프·교보라이프플래닛 등 중소형 4개사가 실무 TF에 가세해 총 9개사가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대형사의 자본력과 중소형·디지털 보험사의 기동성을 결합해 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다.
이들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가 본격화한 직후인 지난 8월부터 실무 TF를 띄웠으며, 임원 TF도 지난 10월부터 가동했다. 특히 생보협회와 주요 5개사 부기관장급 임원들은 지난달 13일 협의체 첫 회의(킥오프)를 열고, 큰 틀의 합의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목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AI·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 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총 15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 중 75조원을 민간에서 공급하기로 계획한 가운데 “업권별 목표 금액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에 협의체는 수동적인 자금 배분 대신 ‘규제 완화’를 통한 자발적 투자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가 많아 투자가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생산적 금융으로 제대로 전환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투자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밑에서 조직을 정비한 생보업계는 금융당국을 향해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날 생보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보험업권 생산적 금융 활성화 세미나’ 역시 업계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공론화의 장이었다.
이날 업계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금을 집행하고 싶어도 현행 건전성 규제인 지급여력(K-ICS·킥스) 제도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산업 운용자산은 1145조원에 달해 금융권 내 손꼽히는 ‘큰손’이지만, 정작 실물 경제로 흘러가는 자금은 많지 않다. 엄격한 건전성 규제 탓에 국공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만 돈이 돌기 때문이다. 벤처나 인프라 등 모험자본은 수익성이 좋아도 자본 부담(준비금)이 커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발제를 맡은 노건엽 보험연구원 실장은 “운용자산 중 채권 비중이 생보 51%, 손보 37%에 달하고 주식 비중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솔벤시(Solvency) Ⅱ를 개정해 정책펀드 위험자본 완화 등으로 보험사의 장기·실물투자를 촉진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파생상품 기반 ALM 허용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보험사가 실물경제의 핵심 투자주체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석 삼정KPMG 상무도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금융은 더 이상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다”라며 “생산적 자본을 순환시키는 전략적 동반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협회장들도 힘을 보탰다. 김철주 생보협회장은 “보험의 장기 자금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생산적 투자로 흘러가야 한다”고 말했고, 이병래 손보협회장 또한 “보험사의 유연한 자산운용을 위해 규제 패러다임 전환과 자본규제 완화 등의 지원책이 필수적”이라며 금융당국의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금융당국도 업계의 이런 목소리에 화답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자금 집행의 물꼬를 터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산업은 건전성에 기반한 신뢰금융과 생산적 금융 간 선순환 구조의 핵심”이라며 “장기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킥스 요구자본 합리화, ALM 관련 매칭 제도 등을 보고 있다”며 “헤지회계 적용 범위 확장 등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위험계수 조정안이 이르면 연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가 이달 말에서 내년 1월 중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을 출범시키면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요건만 맞으면 준비된 네트워크를 통해 바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며 “업계가 함께 힘을 모은 만큼, 규제만 풀리면 속도감 있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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