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팬들은 제가 아닌 조광래 대표에게 고마워해야"… '대구의 왕' 세징야의 호소, "조광래 없는 대구는 존재할 수 없다"

김태석 기자 2025. 12. 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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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조광래 전 대구 FC 대표이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세징야의 호소는 더욱 절절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구의 '심장' 세징야는 조광래 대표이사가 있었기에 대구에서 계속 뛸 수 있었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 2일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 대표이사 명의의 성명문을 발표하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조 대표이사는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그간 보내주신 성원에 걸맞지 않은 결과에 사과드린다"라고 밝힌 뒤, "아직도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이지만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기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라고 사임 의사를 전했다.

조 대표이사는 2014년 대구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1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창단 후 힘든 시즌을 반복하던 대구는 조 대표이사 부임 이후 체질 개선에 성공했고, 당시 K리그2에 머물던 팀은 K리그1으로 승격했다. 2018시즌에는 구단 최초의 FA컵 우승을 일궜고, 대구축구전용구장 건립을 비롯해 인기 구단으로의 기반을 다졌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다 결국 강등이라는 비운을 겪었지만, 기반이 약했던 '비인기 구단' 대구의 변화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음은 분명하다. 훗날 대구의 역사를 언급할 때 조 대표이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마지막이 이런 결과로 마무리된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다.

세징야는 2일 오후 사임 소식이 들려오자 곧바로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 대표이사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징야는 "조 대표이사가 '돈 때문에 떠나지 마라. 조광래 없는 대구는 있을 수 있어도, 세징야 없는 대구는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는 내가 '조광래 없는 대구 FC는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한 뒤, "어떻게 대구 FC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나? 얼마나 슬프고 실망스러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제발 부탁드린다. 돌아와 우리의 리더로 남아달라"라고 호소했다.

보통 선수가 구단 대표이사의 취임·사임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구단이 강등된 뒤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세징야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세징야는 조 대표이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징야의 소셜 미디어 메시지가 발표된 시점 때문에 일부가 혹 '에이스를 내세운 대구의 언론 플레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세징야는 지난 1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조 대표이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마음껏 드러냈었다.

2024시즌 종료 후 강등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고 재계약까지 체결한 세징야는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자신의 거취를 두고 "조 대표이사 때문에 대구에 남았다"고 말했다. 당시 세징야는 "팀이 K리그1에 잔류하면 사장님(조 대표이사)과 이야기해보고 팀을 떠날 수도 있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나는 K리그1에도 남고 대구에도 남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남은 이유는 사장님 덕분이다. 나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있고 금전적으로도 좋은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사장님이 '기다려봐, 내가 더 좋은 조건을 만들어줄게'라고 말씀하셨다. 사장님 덕분에 남을 수 있었다. 그러니 대구 팬들은 나에게 고마워할 게 아니라 사장님께 고마워해야 한다"라고 웃었다.

이번 세징야의 소셜 미디어 메시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세징야는 "지난 10년 동안 모두가 나를 팔려고 할 때, 내가 떠나고 싶어했을 때조차 붙잡아준 분이었다. 그가 지켜냈기에 내가 남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라며 모든 책임을 안고 떠나게 된 조 대표이사를 향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대표이사는 이번 시즌 도중 팬 간담회를 통해 이미 사임을 공식화한 적이 있고, 실제로 강등 이후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공식적으로 사임을 발표한 만큼 다시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팀 몰락의 '원흉'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떠나는 것만큼은 세징야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하다. 지난 10년간 대구를 이끌어온 두 사람의 이별은 안타깝고 아픈 결말이 되고 말았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세징야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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