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어”… 은퇴자들 돈 쌓아놓고 눈 감는다
통장 바닥날까 두려워 주저해
日 요리후지 대표 인터뷰(上)
[왕개미연구소]
“100살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돈 쓰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
“죽을 때는 최소한의 부부 장례식 비용만 남기고 싶어요.”
노후 자금은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모으는 돈이 아니다. 죽기 전까지 나를 위해 쓰라고 마련한 자금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많은 이가 통장에 돈을 차곡차곡 쌓아두고도 불안감에 발목 잡혀 정작 써야 할 때 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일본 재무 컨설팅 업체 머니앤유(Money&You)의 요리후지 타이키(頼藤太希)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노후 자금은 본인이 늙어서 쓰기 위해 모은 것임에도, 정작 노후가 되면 통장이 바닥날까봐 두려워 손을 대지 못한다”며 “일본의 상속세 수입이 최근 5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상속세율이 55%로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에서는, 국민이 자산을 남긴 채 사망할수록 국가가 오히려 더 큰 혜택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자린고비처럼 절약하며 ‘가난하게’ 살다가, 결국 많은 돈을 남기고 ‘부자로 죽어’ 나라에 세금만 잔뜩 내주기 때문이다.
“일본의 연령대별 금융자산 추이를 보면 60~64세에서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조금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실제 감소 폭은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돈을 쓰지 못하는 것이죠. 노후의 행복을 위해 모아온 자금인데, 불안 때문에 쓰지 못한다는 건 아이러니입니다.”

요리후지 대표는 게이오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보험사 애플랙(Aflac)에서 일하다 2015년 재무 컨설팅 업체를 창업했다. 지금까지 자산관리·노후설계와 관련된 책 100여 권을 냈고, 누적 판매량은 200만 부에 이른다. 최신작은 『50대부터 생각하는 돈 쓰는 법(50代から考える お金の減らし方, 국내 미출간)』으로, 한국에서는 드문 ‘돈을 잘 쓰는 법’에 초점을 맞췄다.
−왜 나이 들수록 돈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가.
“60대가 되면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건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다. 어릴 때부터 ‘돈은 소중하니 아껴서 모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영향도 있을 것이다. 사실 돈을 모아두면 미래에 생길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에어컨, 냉장고 같은 생활 필수품이 갑자기 고장날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등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이런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어 삶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노후에 돈에 집착하면 어떤 위험이 있나.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산을 충분히 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돈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정작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필요한 지출조차 망설인다. 내 고객 중에도 ‘무엇에 돈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하거나, 직장 생활 내내 일에만 몰두해 인간관계를 충분히 쌓지 못해 은퇴 후 외로움을 느끼는 분이 많다. 돈에 지나치게 얽매여 살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돈 말고는 남는 것이 없는 허전한 사람이 될 위험이 있다.”
−돈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돈을 모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돈을 그대로 남긴 채 생을 마감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인생의 선택지를 넓히고 풍요롭게 살려면 단순히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돈을 어떻게 잘 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써야만 이루고 싶은 꿈을 실현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만엔의 자산이 있다면 그만큼의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000만엔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면, 그 돈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돈은 인생 행복도에 어떤 영향을 주나.
“돈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하지만 돈이 많아도 쓰지 않고 죽는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한 인생일까?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돈 자체가 아니다. 돈은 쓰는 방식에 따라 행복의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 고가 아파트나 집, 명품 같은 ‘지위재’는 타인과 비교하며 행복을 느끼는데, 구매 순간이 정점이 되기 쉽다. 반면 건강, 애정, 사회적 연결, 편안한 환경과 같은 ‘비지위재’는 행복의 지속성이 길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한 시간은 추억이 되어 죽을 때까지 남고, 인생의 자산이 된다.”
−과도한 저축이 정말 후회로 이어지는가.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후회로 다섯 가지가 있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을 살았더라면’, ‘일만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더라면’, ‘용기 내어 내 마음을 전했더라면’, ‘친구들과 더 자주 연락했더라면’,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이다. 결국 인생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와 경험, 그리고 추억이라는 의미다. ‘돈을 더 많이 벌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상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자산을 남김없이 쓰고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상적으로는 모아둔 자산을 모두 활용하고 떠나는 것이겠지만, 누구도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없다. 바로 그 불확실성이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든다.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경험과 추억에 돈을 쓰자’는 말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 맞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있었고, 이에 대해 내가 제시하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요리후지 대표 인터뷰 하편은 12월 11일(목) 공개되는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 한장] 바다에 그려진 초록빛, 장흥 매생이밭
- 무력 배제, 관세 유예…시장이 꿰뚫어 본 트럼프의 ‘그린란드 타코’
- 美정치 ‘싸움판’ 된 다보스 포럼 … “정쟁은 국경에서 멈춘다”는 것도 옛날 얘기
- 하루 만에 반등한 투자 심리, 증시·국채 가격 동반 상승
- [5분 칼럼] 100년 전 사람, 1만㎞ 밖 세상 만나러 서점에 가자
- ‘남해안 겨울 삼치’ 지금이 절정의 맛...22일 타임딜에서 15% 할인 [조선멤버십 Pick]
- 다가구주택, 부동산서 중개 받기 어려워지나... 대법 판결에 ‘중개 기피’
- 한 병에 달걀 4개 단백질, 노화를 늦추는 가장 간편한 아침 습관
- “삼성전자 8만원에 팔아 속쓰린 분, 5년 후 더 크게 벌어 줄 TOP3″
- 방전된 車 시동 걸고, 공기압 떨어진 타이어 공기 주입까지 만능 스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