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통수체계 벗어난 ‘국직부대’ 개혁해야 ‘제2 윤석열’ 막는다

권혁철 기자 2025. 12. 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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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365일
다시 손봐야 할 군 체계
지난해 10월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5분부터 4일 새벽 3시20분까지 양손에 비화폰 2대를 들고 서울 합동참모본부 지하 전투통제실에 있었다. 12월3일 밤 10시30분. 김 전 장관은 군단장급 이상 전군 지휘관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열어 “명령에 불응하거나 태만한 자는 항명죄로 다스린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3일 밤과 4일 새벽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정보사령부(정보사)의 사령관들과 비화폰으로 통화를 이어가며 ‘내란의 밤’을 직접 지휘했다.

내란 때 방첩사는 주요 정치인 체포·구금과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장악, 수방사는 국회 장악, 특전사는 국회·선관위 장악, 정보사는 선관위 장악 등을 맡았다. 방첩사, 수방사, 특전사는 1979년 전두환 등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반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에 모두 동원된 부대다. 지난해 내란 때는 여기에 정보사가 추가됐다.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한국군 통수체계는 불법 병력 동원과 쿠데타를 하기 무척 어려운 형태로 재편됐다.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을 갖고, 민간인 신분인 국방장관이 대통령을 군령과 군정 측면에서 보좌한다. 군 지휘부에는 군령과 군정이 분리되어 있다. 군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명령권(군령)은 합참의장을 통해 행사되고 군의 인사·군수·교육 등에 대한 지휘·통제 권한(군정권)은 각 군 참모총장에게 주어져 있다.

이런 구조는 정치군인들의 쿠데타 시도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문민 권력인 대통령과 문민 관료인 국방장관을 빼면 누구도 군령과 군정을 함께 장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런 구조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할 경우 이를 제어할 수단이 전혀 없다. 지난해 12월3일 밤 두 손에 비화폰을 든 김용현의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12·3 내란에 동원된 방첩사, 정보사, 수방사, 특전사의 공통점은 군령·군정 체계에서 벗어나 있거나 멀리 있다는 것이다. 방첩사, 정보사는 국직부대다.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보내고 대북 전단을 띄웠다고 의심받는 드론작전사령부, 국군심리전단도 국직부대다.

12·3 내란 사태에 등장한 국군방첩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거나 통수권 수호 부대란 특성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연합뉴스

국직부대는 국방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부대다. 군령 계선에 의한 합참의장의 통제와 군정 계선에 의한 참모총장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친위 쿠데타를 꿈꾸는 대통령, 국방장관에게 국직부대는 ‘만능보검’ 같은 존재다.

방첩사는 해방 이후 세차례 친위 쿠데타(부산 정치파동, 유신 개헌, 12·3 내란 사태)와 두차례 군사반란(5·16, 12·12)에 빠짐없이 동원되거나 주역으로 등장했다. 방첩사의 전신 기무사령부(1991년 1월~2018년 8월) 시절 누리집에는 부대 정신이 ‘군 통수권자에 대한 절대 충성’이라고 나와 있었다. 방첩사가 12·3 내란 때 정치인 체포에 나선 것은 이 부대가 국직부대인 점과 함께 대통령에 대한 절대 충성이 이 부대의 디엔에이(DNA)이기 때문이다. 방첩사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원활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는 ‘통수 보좌’에 모든 것을 건다.

특전사와 수방사는 국직부대가 아니고 합참의장이 군령권, 육군참모총장이 군정권을 행사하는 부대다. 하지만 이 부대 지휘관들은 법령에 규정된 부대 공식 임무보다는 ‘통수권 수호’를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수도방위사령부령은 수방사를 ‘수도를 방위하고 특정경비구역(대통령이 위치하는 지역)을 경비하는 부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에 투입된 수방사 제55경비단 병사들이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동원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수방사가 대통령을 지키는 데 더 집중하면서 수방사보다는 대방사(대통령방위사령부)에 더 가까운 친위부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특전사는 각종 행사 때 대통령 경호에 자주 동원되고, 쿠데타가 일어나면 이를 진압하는 부대 가운데 하나다.

12·3 내란의 재발을 막으려면 군 통수권 체계를 다시 한번 손보는 수밖에 없다. 올해 초 국회에서 열린 내란 극복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은 “유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국군 통수권 체계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국직부대에 대한 지휘체계, 편성, 운용 등 다각적인 개편과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군 통수권 체계 바깥에서 움직이는 부대를 줄여야 ‘제2의 윤석열’이 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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