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7년 단절 남북대화 되살리자”… 비핵화 언급은 안 해

박영준 2025. 12. 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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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연설서 대북 구상 밝혀
“군사 긴장 완화… 북·미 대화 지지
남북 공동성장 위한 협력도 추진”
‘핵 없는 한반도’ 주장… 北자극 피해
야권 일각 제기 핵무장론 일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걸림돌”

이재명 대통령은 2일 “통일, 분단된 대한민국이 언젠가는 수십 년, 수백 년, 비록 수천 년이 지나더라도 반드시 우리가 가야 될 길 아니겠느냐”며 “그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는 내용,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쟁 걱정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겠다며 7년째 대화가 단절된 북한에 연락채널 복구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 연설에서 대북 정책의 세 가지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식이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려 이재명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설립 근거를 둔 대통령 직속 통일정책 자문 기관으로 대통령은 당연직 의장을 맡는다. 이 대통령이 민주평통 의장 자격으로 이재명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첫 번째로 거론한 ‘대결·적대관계 종식’을 위해서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를 통해 ‘전쟁 걱정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어 가겠다면서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울러 ‘페이스 메이커’로서 북·미 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출발점 삼아 궁극적으로는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비핵화’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를 두고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의제 포기’를 내걸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또 내년 초 당대회에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더욱 노골화하는 것만큼은 막기 위한 선제 조치 성격으로도 분석된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는 대신 한국의 핵무장 역시 평화적 한반도 원칙에 어긋난다고 함으로써 ‘남북한 모두 비핵화 원칙을 준수하자’는 메시지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과 그에 따른 미국 측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매끄럽고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유는 핵무장 우려 때문”이라며 “우리에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문제가 정말 중요한데 그런 불가능한 주장(핵무장) 때문에 이게 막힐 수도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으로는 “7년째 중단된 남북대화를 되살리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해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유례없이 장기간 중단됐고 북측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내세우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남북대화 복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남북의 ‘공동성장’을 위한 협력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적대로 인한 분단 비용을 평화에 기반한 성장 동력으로 바꾼다면 ‘코리아 리스크’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한쪽의 양보를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순환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협력 분야로는 기후환경, 재난안전, 보건의료 등을 포함한 남북 공동의 수요가 큰 교류협력 사업부터 시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소개한 것 외에도, 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흡수통일은 추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일방이 일방을 흡수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하는 통일은 통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연설 도중에는 과거 정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일부 정치세력은 분단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억압했고, 급기야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했다”며 “전쟁 종식과 분단 극복, 온전한 평화 정착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영준·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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