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객석의 온도

콘서트가이드로 무대에 섰을 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있다. 바로 관객들의 ‘온도’다. 과거 연주자로 무대에 설 땐 관객의 반응은 경험했지만 온도는 느껴보지 못했다. 반응과 온도는 미묘하게 다르다. 반응이 분위기라면 온도는 표정이다. 그리고 1년 중 객석의 온도가 가장 높은 공연을 꼽으라면 단연 12월마다 열리는 ‘꿈의 오케스트라’다.
12월엔 풍성한 클래식 공연이 가득하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단골 소재다. 교회에선 헨델의 ‘메시아’가 울려 퍼진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전국에서 열리는 ‘꿈의 오케스트라’도 12월 대표 공연으로 빼놓을 수 없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국가가 운영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현재 전국에서 49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전국에 거점기관을 선정해 6년간 꿈의 오케스트라를 지원하고, 7년 차부턴 지역 꿈의 오케스트라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초등학생·중학생이 악기를 배우고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며 건강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꿈의 오케스트라의 모델은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한 ‘엘 시스테마’다. 시스템이라는 뜻의 이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였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마약과 폭력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에게 악기를 쥐여준 것에서 시작됐다. 엘 시스테마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아이들은 악기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엘 시스테마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음악가들이 등장했다. 최근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있다. 심지어 클래식의 미래는 엘 시스테마에 있다는 이야기도 생겼다.
오케스트라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꿨을까? 그 답은 소통에 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조연과 주연이 계속해서 바뀐다. 연주자들은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내가 목소리를 낼 때와 들어줄 때를 구분해야 한다. 예술의 아름다움과 공동체의 가치를 수많은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다.
콘서트가이드로서 느끼는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의 온도다. 무대 위 어린 연주자들은 이날을 위해 1년을 연습했다. 관객들도 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 객석에서 보내는 박수의 의미와 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연주도 학교 발표회 수준이 아니다. 실력 있는 선생님이 가르치고, 유명 연주가도 협업하니 공연 수준이 꽤 높다. 다른 지역 꿈의 오케스트라와 미묘한 경쟁 심리가 작용하는 것도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올해 유난히 꿈의 오케스트라 사회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무대에서 느낄 뜨거운 온도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한다. 그 온도로 나의 올 한해도 따듯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나웅준 콘서트가이드·뮤직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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