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2년 전부터 “싹 쓸어버려야”… 김건희 사법리스크 커지자 실행

유희곤 기자 2025. 12. 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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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로 본 계엄 강행 이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뉴스1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죽었을 것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최근 면회 온 옛 참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는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정상적 수단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좌절감에 사로잡혀 계엄으로 돌파하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소수당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임기 내내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거대 야당을 극복할 정치적 해법을 찾지 못하자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 출신 한 인사는 “그의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스타일이 돌출적 결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해도 윤 전 대통령이 왜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감행했는지는 그의 참모들도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결국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더 이상 방어할 수 없을 정도로 임계점에 이르면서 계엄이라는 폭발을 일으킨 트리거가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소수당 대통령의 좌절감

작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민주당의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예산 삭감 등을 계엄 선포 이유로 거론했다. 윤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2025년도 정부 예산안도 독단적으로 4조1000억원 삭감했다며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110석 소수당(국민의힘)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난관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172석의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한덕수 전 총리는 후보자로 지명된 지 47일 만에 국회에서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는 등 윤 정부 조각(組閣) 완성에 6개월이나 소요됐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부 입법안 중 약 35%만 통과되는 등 야당과의 대립이 지속됐다.

그래픽=박상훈

◇임기 초부터 “쓸어버리겠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인 2022년 11월 25일 “비상대권이 있다,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 회동에서 한 발언이었다. 임기 초부터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계엄 등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방증으로 특검은 평가한다.

윤 전 대통령은 작년 3월 29일에도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측근들과 식사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22대 총선을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 대사 임명, 의대 정원 증원 강행 등을 수습하라는 여당 지도부의 요구에 오히려 강공을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300석 중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시 대통령이 총선 패배를 자초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미 비상계엄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굳혀간 것이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총선 패배 후인 작년 7월 미국 방문 길에 들른 하와이에서, 참모들에게 “한동훈은 빨갱이다”라고 하거나 민주당을 욕하면서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몰리자 계엄 감행

“왜 작년 12월 3일인가.” 윤석열 대통령실의 고위 참모를 지낸 일부 인사는 “정국이 어려웠다고 해도 파국적인 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참모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정국 상황이 수습 불가로 가고 있었던 점이 트리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작년 12월 3일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1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민주당이 그해 11월 14일 통과시킨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안의 재표결이었다. 이 법안은 최초 발의안에서 14개였던 수사 대상을 대폭 줄였고, 특검 후보 추천인도 민주당 등 야당에서 대법원장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특검을 도입해 민주당의 정쟁화 전략을 정면 돌파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무렵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2022년 대선 전에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의혹을 받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이른바 ‘황금폰’으로 불린 자신의 휴대전화를 구명 로비에 활용하려 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었다. 이 전화기에는 윤 전 대통령 내외와 나눈 통화 녹음과 메신저 대화가 저장돼 있었다.

한때 최측근이었다가 정치적 반대자로 돌아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도 김건희 특검법 찬성 쪽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특히 계엄 선포 닷새를 앞둔 작년 11월 28일 한 전 대표가 친한계 인사들에게 “부당한 당대표 흔들기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김 여사 특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는 크게 격앙됐다.

검찰과 특검은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국면을 돌파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본다. 윤 정부 출신 인사는 “윤 전 대통령은 참모들 앞에서 김 여사를 두고 ‘대선 승리 일등공신이자 총리급’이라고 종종 말했다”며 “김 여사를 지켜야 한다는 그릇된 집착이 파국적 계엄 선포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尹, 국회 계엄 해제에 넋 나가”

계엄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음주를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매우 상기된 표정에 격앙돼 있었다”고 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도 이와 비슷한 진술을 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어떤 이유로도 계엄은 안 된다. 신인도가 땅에 떨어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거다. 준비가 다 돼 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도 안 된 12월4일 오전 1시 2분 국회는 190명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회 표결 후 윤 전 대통령이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약 3시간 후인 오전 4시 27분 비상계엄 해제를 공식 선포했다.

한편 2일 법정에서는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역사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언성을 높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은 “작년 12월 3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비서실장이 들어와 김 전 장관에게 화를 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계엄을 선포하려는 윤 전 대통령을 만류하며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라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조규홍·송미령 등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부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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