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일본 사람도 집에선 밥 말아 먹어요

필자는 도쿄에 사는 일본인이지만, 날이 추워지면 뜨끈한 한국의 국밥이 그리워진다. 서울에 살던 시절엔 순대국밥과 육개장국밥을 즐겨 먹었고, 돼지국밥을 맛보러 부산에, 곰탕을 먹으러 나주에 가기도 했다. 한번 맛보면 잊기 어려운 깊은 맛이었다.
일본에 국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만큼 다양하진 않다. 일본 전통 식문화에서는 한 그릇 안에 재료와 맛이 뒤섞이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식사 예절에 어긋나 보일 수도 있다. 물론 필자는 한·일 식문화 차이를 이해하기 때문에, 한국 국밥도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였다.
일본에서 국밥에 가장 가까운 음식을 꼽자면 미소시루고항(味噌汁ご飯)과 오차즈케(お茶漬け)가 아닐까 싶다. 미소시루는 일본식 된장국으로, 미역·두부·바지락 등 재료가 단출하다. 한국의 된장국처럼 메인 요리 역할을 하진 않지만, 일본에서도 ‘어머니의 맛’이라 불릴 만큼 일상적인 요리다. 일본인들은 집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싶을 때, 미소시루를 밥에 그대로 부어 먹곤 한다. 어디까지나 집밥 메뉴라, 미소시루고항을 따로 파는 식당을 본 적은 없다.
오차즈케는 한국인도 이자카야에서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도 원래 집밥에 가까운 음식이었지만, 이자카야나 일식집에서 마무리 메뉴로 종종 등장한다. ‘오차(お茶)’는 녹차를 뜻하며, 밥 위에 매실·김·연어구이 등 토핑을 얹고 뜨거운 녹차를 부어 먹는다. 한국인 지인은 녹차를 밥 위에 부어 먹는 걸 보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한국 국밥은 국에 밥을 말아 먹는 방식이고, 미소시루고항이나 오차즈케는 밥 위에 국물이나 차를 부어 먹는 방식이다. 소소하지만 한·일 식문화의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참고로 필자의 어머니는 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면 냉장고에 넣어둔 차가운 페트병 녹차를 그대로 밥에 부어 오차즈케처럼 드신다.
일본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즉석 오차즈케 토핑(오차즈케노모토)이나 인스턴트 미소시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일본 여행 기념품이나 선물로 사 가기에도 좋다. 집에서 한번 만들어 보면 한국식 국밥과는 다른, 일본식 국밥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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