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국회 간 특전사 출신 배우... "후배 한 명이라도 막고 싶었다"

구현모 2025. 12. 2. 20: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특전사 투입'이라는 속보를 보고 이건 진짜구나 했죠."

이씨는 "집에 딸도 있고 계엄이 어떤 상황인데 안 망설였겠나"라면서도 "차로 한강을 건너는데 창밖을 보니 시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회로 뛰어가더라. 그래서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계엄 1년, 국회 다시 찾은 시민들]
제707특수임무단 출신 배우 이관훈씨
"현장에 나온 장병들도 트라우마 시달려"
"법의 심판이 속도감 있게 이뤄졌으면"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듣고 국회 앞으로 달려간 707부대 출신 이관훈 배우가 지난달 27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특전사 투입'이라는 속보를 보고 이건 진짜구나 했죠."

육군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부사관 출신 배우 이관훈(45)씨는 지난달 27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12·3 불법계엄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계엄 당일 국회 담을 넘어가 후배 군인들에게 "명령을 받은 건 알지만 과격하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차근히 설득했다.

이씨는 비상계엄을 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6년간 특전사 최정예 부대인 707부대에서 근무했다. 그래서 특전사가 국회에 투입됐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고 한다. 준비된 계엄이었다면 훈련된 특전사들이 국회를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한 명이라도 막아보려고 갔다"면서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나 너희 선배고 누구랑 동기다'라고 하면 설득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망설이지 않은 건 분명 아니었다. 이씨는 "집에 딸도 있고 계엄이 어떤 상황인데 안 망설였겠나"라면서도 "차로 한강을 건너는데 창밖을 보니 시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회로 뛰어가더라. 그래서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도움도 받았다. 이씨는 "담을 넘으려고 국회 둔치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한 경찰에게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현역이세요?' 하고 묻더라"며 "내가 '제대한 지 오래됐지만 가서 설득이라도 하고 싶다'고 하니 그 경찰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안 볼 때 넘어가세요'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돌렸다"고 말했다.

이씨가 국회 내부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군 헬기들은 착륙하고 있었다. 그는 국회 본청 후문에 서 있는 검은 마스크를 쓴 군인들을 보고는 '특전사'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씨는 "혹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자극해서 충돌을 야기시킬까 봐 걱정됐다"면서 "'나 707부대 선배야 하고 다가갔던 것도 이들과 관계성을 보여주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진정시켜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들은 이씨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흔들리고 혼란스러워 보였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임무 숙달이 전혀 안 되어 있어 보였다"면서 "내부 영상을 보면 특전사들이 두리번거리면서 뛰어다니는데 임무가 무엇인지 알면 절대 그렇게 어설프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비상계엄으로 크게 다친 사람 없이 7시간 만에 해제된 것은 그날 현장에 있었던 시민,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군경의 의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가 바뀌었다. 군인들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알고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현역 시절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지금처럼 아무 일이 없지 않을 것이다. 우리 후배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임자 처벌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우리는 일제강점기부터 (단죄 대상을)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유야무야했다"며 "법의 심판이 속도감 있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