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 확산 우려에 광주·전남 ‘초비상’
철새 2배 폭증·바이러스 3종 동시 출현
전국 모든 지역에 ASF 위기 경보 ‘심각’
"뚫리면 끝장"…초기 대응 속도 ‘관건’

12월의 시작과 함께 광주·전남지역 축산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겨울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전파 주범인 겨울 철새 개체 수가 폭증하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최대 양돈 단지인 충남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하며 방역 당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변이 3종 동시 출현 '위기'
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경기 파주 토종닭 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가금농장 6건, 야생조류 10건의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왔다. 특히 11월 들어서만 가금농장 4건, 야생조류 7건이 집중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가파르다.
광주·전남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광주 남구 광주천의 야생조류 분변과 소규모 기러기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돼 방역 작업이 이뤄졌다. 또 영암군 영암천 일대 야생조류에서도 H5형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됐다. 농장 주변 철새도래지와 하천의 토양, 깃털 등이 이미 바이러스에 상당히 오염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언제든 농장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셈이다.
겨울철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AI의 주원인은 바로 '철새'다. 시베리아 등 북방 지역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를 품은 철새들이 대거 남하한 것이다. 또 겨울철 기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가 분변 속에서 한 달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데다, 소독약이 얼어붙거나 효력이 떨어지기 쉬워 방역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올겨울 AI가 예년과 다른 '복합적 위기'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충남 아산시 곡교천 철새도래지 등 방역 현장을 찾아 "이달 국내에 도래한 철새가 133만 마리로 지난달(63만 마리)보다 무려 111%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특히 "국내 처음으로 야생조류에서 H5N1, H5N6, H5N9 등 3개의 서로 다른 혈청형 AI 바이러스가 동시에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가 다양해지고 변이 가능성이 있어 과거보다 위험도가 훨씬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송 장관이 "전국 어디서든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비상방역태세 돌입
이에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오는 10일까지를 '특별 점검 기간'으로 선포했다. 우선 소독 차량을 기존 39대에서 135대로 3배 이상 늘려 위험 지역을 집중 소독한다.
가금 사육 밀도가 높은 전국 27개 시·군을 위험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전남에서는 ▲나주 ▲강진 ▲영암 ▲함평 ▲무안 ▲장흥 등 6개 시·군이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통해 방역 미흡 사항을 즉시 보완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방역 부담을 덜기 위해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14개 시·도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유관기관도 선제적 방역 총력전에 나섰다. 농협 전남본부는 최근 나주축협과 함께 나주시 공산면 철새도래지인 우습제를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차단 방역을 실시했다.
전남농협은 동절기 고위험 시기에 대비해 도내 18개 축협을 중심으로 101개 공동방제단을 가동 중이며, 21개 시·군지부가 상시 방역 계획을 수립해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전남농협 이광일 본부장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올해 겨울 고병원성 AI의 발생 위험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농가는 철저한 소독과 방역수칙 준수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전남농협은 축협·지자체와의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방역지원과 현장지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SF 청정지역 사수"
이런 가운데 ASF 발생도 큰 부담이다. 지난달 25일 충남 당진의 한 돼지 농장(463마리 사육)에서 ASF가 확진됨에 따라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치사율 100%인 ASF은 그동안 경기·강원 등 특정지역에서 집중 발생한 가축전염병이다. 농식품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현황을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총 55건이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27건, 강원 17건, 인천 5건, 경북 5건, 충남 1건 등이다. 광주·전남은 아직 'ASF 청정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전남도동물위생시험소는 지역 내 관련 시설 예찰과 정밀검사를 강화하고 방역대책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비상방역태세에 들어갔다.
시험소는 도내 돼지농장과 축산시설 정밀검사 범위를 확대, 감염 가능성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전남도는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조기 발견을 위해 방역 취약 농장을 포함한 돼지농장·축산 관련 시설·도축장 등 총 664곳에서 7천678건의 정밀진단검사를 마쳤다. 현재까지 감염축이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정지영 시험소장은 "ASF는 초기 대응 속도가 확산 여부를 결정짓는 만큼 양돈농가는 예찰과 신고 의무를 철저히 지키고 차단방역 조치를 꼼꼼히 실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