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듣기 싫었나? 尹이 '문학진흥정책위' 식물조직으로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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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검열했다.
당시 문체부는 "문학진흥정책위가 정부와 문학계 간 민관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문학진흥정책위의 자문을 받아 '문학진흥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학진흥정책위는 정부가 없애고 싶다고 없앨 수 있는 기구가 아니었다.
회의와 조직 구성 일정을 문체부가 결정했던 만큼, 정부가 나서 문학진흥정책위를 '식물위원회'로 전락시킨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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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1년: 권력자 하수인①
이명박 · 박근혜 문화계 블랙리스트
반성 의미로 출범한 문학진흥정책위
尹 취임 후 민간위원회 대거 축소
문학진흥정책위 사실상 공중분해
블랙리스트 부활 끔찍한 오버랩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검열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겐 각종 불이익을 줘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위헌적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성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정책에 문화예술인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밝혔다. 민관 협의체를 통해서다. 그중 하나가 '문학진흥정책위원회'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 위원회를 폐지하려 했다. 왜 그랬을까.
![윤석열 정부는 문학진흥정책위를 없애려 했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2/thescoop1/20251202190714422qbij.jpg)
■ 블랙리스트 어두운 기록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가 문화예술인들을 정치 검열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들을 차별·배제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의혹만 무성하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6년 박근혜 정부 때다.
그해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에 나선 문화예술인 등 1만여명을 분류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하달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이후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되거나 전시ㆍ공연 등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2019년 발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이런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국정원을 동원해 문화예술인을 사찰ㆍ감시했고, 문체부를 통해 검열ㆍ배제ㆍ통제ㆍ차별을 가했다. 두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은 8931명, 관련 단체는 342개로 집계됐다."
이는 '문화생활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문과 예술의 자유' '언론ㆍ출판의 자유' 등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옥죄는 심각한 문제였다.[※참고: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문화예술인 단체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은 표현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2020년)을 내렸다.]
■ 반성의 산물 = 스스로 헌법을 저버렸던 정부는 반성의 의미로 각종 정책에 문화예술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민관 협의체들을 설립했는데, 대표적인 게 문체부 산하 '문학진흥정책위원회(이하 문학진흥정책위)'였다.
문체부는 2017년 2월 '문학진흥법'에 근거해 문학진흥정책위 1기(임기 3년)를 구성·출범시켰다. 문학진흥정책위엔 학자·평론가·작가 등 문학계 인사 15명이 정책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문체부는 "문학진흥정책위가 정부와 문학계 간 민관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문학진흥정책위의 자문을 받아 '문학진흥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2/thescoop1/20251202190715730kgqr.jpg)
이후 문학진흥정책위는 1ㆍ2기를 거치면서 총 12차례(2017~2022년)의 본회의를 개최했다. 성과도 있었다. 문학진흥정책위의 자문을 받아 만든 문체부의 '제1차 문학진흥기본계획(2018~2022년)'엔 문학창작 지원 확대, 문학향유 기반 구축,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및 문학 교류 강화, 문학진흥 인프라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 또다른 보수정부의 행보 =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2022년 5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문학진흥정책위 가동이 일방적으로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이던 2022년 4월을 끝으로 공식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
문학계 안팎엔 우려가 감돌았다. 이명박ㆍ박근혜 집권 시절의 '블랙리스트 공포'도 함께 내려앉았다. 우려는 이내 현실이 됐다. 2022년 9월 행정안전부는 "민관 거버넌스로 운영하는 정부위원회 636개 중 40%에 달하는 246개를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업무가 유사ㆍ중복되는 위원회나 운영 실적이 저조한 위원회를 없애겠다는 거였다. 폐지 대상엔 문체부 산하 13개(총 32개 중) 위원회가 포함됐는데, 문학진흥정책위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문학진흥정책위는 정부가 없애고 싶다고 없앨 수 있는 기구가 아니었다. 문학진흥법을 근거로 설립한 기구이기 때문에 폐지를 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했다. 이 때문인지 문체부는 문학진흥정책위를 맘대로 '비상설 회의체'로 격하시켰다.[※참고: 비상설 회의체는 전문위원을 위촉하지 않고, 필요한 때에 회의체를 구성하고 회의 종료 후엔 해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위가 격하된 문학진흥정책위는 2기 임기가 종료하는 2023년 2월까지 단 한차례의 회의도 열지 못했다. 당연히 3기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회의와 조직 구성 일정을 문체부가 결정했던 만큼, 정부가 나서 문학진흥정책위를 '식물위원회'로 전락시킨 셈이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문학진흥정책위를 사실상 공중분해시킨 문체부는 1년 6개월이 흐른 2024년 8월 1일 "문학진흥정책위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학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한달간의 의견 청취를 끝내고 그해 12월 17일 문체부가 발의한 개정안은 폐지에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문학진흥정책위를 무력화하겠단 취지는 대동소이했다.
![서울고법은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 36명에게 정부가 각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사진|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2/thescoop1/20251202190717041msws.jpg)
특히 문학진흥정책위의 활동을 문체부 장관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때 문체부 수장은 유인촌 장관(당시)이었는데, 문제는 크게 세가지였다. 첫째, '문체부 장관 소속으로 문학진흥정책위를 둘 수 있다'는 규정에 '문체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둘째, '문학진흥기본계획이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자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장관의 자문에 응한다'고 개정했다. 문학진흥정책위의 역할을 '수동적 범위'로 축소한 것이다. 아울러 '문체부 장관이 위원회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하는 경우엔 해산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해 장관 맘대로 문학진흥정책위를 해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 尹 정부가 원한 것 =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문학진흥정책위를 그토록 없애고 싶어 했을까. 결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숨기기 위해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다시 가동시킨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기구 '블랙리스트 이후'의 정윤희 총괄디렉터는 "윤석열 정부의 권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면서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문체부는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검열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왔다"고 지적했다.[※참고: '블랙리스트 이후'는 표현의 자유 운동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민간 기구다.]
지난 11월 2일. 국정원은 의미 있는 자료를 발표했다. 서울고법이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 36명에게 정부가 각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직후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자행한 블랙리스트를 성찰하는 일종의 반성문이었다. "… 국정원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11월 7일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오·남용한 과오를 다시 한번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국정원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11월 2일 보도자료)."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2/thescoop1/20251202190718411fhzl.jpg)
[※참고: 문성근, 김미화, 탁현민 등 문화예술인 36명은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 "이명박 정부 집권 시절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해 특정 프로그램 배제ㆍ퇴출 등 압박을 가했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권력이 존재하는 한 '블랙리스트'는 언제든 부활할지 모른다. 그런 방식으로 권력자가 듣기 싫은 소리를 외면하면 권력은 무기가 된다. 12ㆍ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문학진흥정책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건 그래서 곱씹어봐야 할 이슈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재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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