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택칼럼] 기다림과 희망

어느덧 2025년 마지막 달이 시작되었다. 송년회나 신년회, 크리스마스나 신정 등으로 들뜨기도 하고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의 새로운 시작을 기획하기에 좋은 때이기도 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가톨릭교회(천주교)는 '대림 시기'라고 하여,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시기를 지낸다. 일반 달력은 1월 1일부터 시작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전례력'을 기준으로 대림 1주일부터 한해 주기를 따진다. 대림 시기는 성탄 전 4번째 주일부터 시작하며, 올해는 지난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이 시작되었다.
성탄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지내며 문득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삶은 수많은 기다림의 연속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어떤 기다림으로 살아왔나? 방학을 기다리고, 소풍날을 기다리고, 대학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입영 날짜를 기다리고, 애인과 데이트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군대 간 아들의 첫 휴가를 기다리고, 수술 중인 남편을 기다리고, 병환 중인 어머니의 쾌유를 기다리고…. 그러고 보면 과거의 소중한 추억의 기억만큼이나 미래를 향한 기다림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기다림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소풍이나 입대와 같이 시간이 가면 저절로 오는 일이 있는가 하면, 소중한 가족의 난치병 치유와 같이 기대하기 힘든 일도 있다. 또한 일어날지 아닐지 불확실한 일에 대한 기다림도 있다. 코로나 시절, 언제 다시 일상이 돌아올 것인지 목 놓아 기다리며 일상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던 그 시절을 우리는 기억한다. 전쟁과 같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기다리는 평화도 그렇다. 평화가 곧 오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도 없지만, 또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포지기하고 살 수만도 없는 일이다.
일어날지 아닐지 불확실한 일. 살다보면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처럼 우리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인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 힘들고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어내게 하는 것은, 반드시 그일이 이루어지리라는 염원과 믿음임을 깨닫게 된다. 정확히 1년 전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우리나라는 풍전등화처럼 이리저리 흔들렸고, 국민의 마음도 그 불이 꺼질까 불안감으로 뒤숭숭했었다. 계엄이 다시 선포되는 것은 아닌지. 과연 나라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염원했고, 믿었고, 희망했고, 행동했고, 결국 그 위태로웠던 시기를 딛고 일어났으며, 지금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기다리는 대상은 불확실하지만, 이미 그 기다림은 현실이 되어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되어주며, 실제로 내일을 변화시킨다. 여기에 희망의 역설이 자리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기다림이지만, 그 일에 대한 확신은 오늘을 살게 하고 내일을 변화시킨다. 이는 마치 부모님이 자녀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든 일 궂은일 마다하지 않지만,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게 하는 것은 자녀를 향한 기대와 희망 때문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날이 꼭 오리라는 희망으로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그 희망은 불확실한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뿐 아니라, 현실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희망이란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한다. 그 믿음이 오늘을 살게 하고 희망하게 한다. 희망을 자라게 하는 것, 희망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은 바로 믿음이고 염원이며 바람이고 행동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그것을 갖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내일의 결과뿐 아니라 지금 사는 삶의 모습까지 달라지게 한다.
한민택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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