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사과 한마디 없이…한국이 그렇게 우습냐” 국회 과방위 위원들 질타

한지숙 2025. 12. 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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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긴급 현안 질의에 박대준 대표 등 참석
이상휘 “박 대표 총알받이, 샌드백 시켜”
최민희 “청문회 열어 김범석 증인 출석 요구할 것”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를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쿠팡의 3370만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미국인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 대한 비판이 국회에서 쏟아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쿠팡 실소유주인 김 의장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일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와 브랫 매티스 쿠팡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가 출석한 가운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된 긴급 현안 질의를 개최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박 대표에게 김 의장의 거처를 물었으나 박 대표는 “김의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김 의장이 있는)장소까지는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사태가 이만큼 심각한데도 실질 소유주인 김 의장의 거처를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현안질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이어 “3370만명, 국민 4명 중 3명의 정보가 다 털린 상황에서 김 의장은 사과 한마디 없이 박 대표를 내보내 총알받이와 샌드백을 시키고 있다”면서 “한국이 그렇게 우습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박 대표가 이사회 보고 내용을 묻는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자 “국민 정보가 다 털렸는데 이사회 결정 사항을 이야기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한국이 쿠팡 놀이터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매출은 40조원으로 롯데, 이마트, 신세계 매출을 합친 37조원보다 많다”며 “대한민국에서 돈을 벌어가면서 김 의장은 뒤에 숨어 있고 박 대표가 나와서 이 자리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쿠팡이 한국 매출 비중 등 구체적인 수치 공개를 거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미국 공시 규정을 핑계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면서 윤리적,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김 의장은 1년 전 5000억원가량을 손에 쥐면서 자선기금 대부분을 미국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며 “돈은 한국에서 벌고 이익은 미국으로 가져가는 기형적 지배구조 속에서 경영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배달의민족은 게르만 민족이 된 지 오래고 쿠팡은 괴도 루팡이 된 지 오래”라며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하고 손실 여부를 따지지 말고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고로 외연만 확장한 쿠팡이 보안에 얼마나 소홀하고 무책임했는지 느꼈을 것”이라며 “김범석 쿠팡 의장이 직접 사과할 의향이 없냐”고 질의했다.

박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한국 비즈니스와 한국 법인의 일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박 대표를 향해 “박 대표가 경찰 핑계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번 회의가 끝나기 전에 여야 간사 합의로 청문회 날짜를 잡겠다”며 “박 대표를 비롯해 쿠팡의 실질 소유자인 김범석 의장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쿠팡 측의 자료 제출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자료 제출을 받았는데, 쿠팡 자체 보안 시스템 관리 규정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영업비밀도 아닌데 안 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 조사는 범죄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경찰 핑계를 대면서 답변하지 않으면 곧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의장은 쿠팡의 클래스B 보통주를 1억5780만2990주(지분율 8.8%)를 보유하고 있다. 클래스B 보통주는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가진 주식으로, 의결권을 기준으로 하면 김 의장의 지분율은 73.7%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보유 중이던 클래스B 보통주를 클래스A 보통주 1천500만주로 전환해 처분하면서 무려 4846억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미국 이민자인 김 의장은 이처럼 의결권의 70%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근로자 과로사, 입점업체 수수료 과다 등 문제가 터져 국회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쿠팡은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거둔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약 13조원이다. 연 매출은 작년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었고 올해 5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은 1년 전 5000억원 가량을 현금화하면서 200만주를 자선기금에 증여하면서도 국내 사회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당시 자선기금 대부분이 미국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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