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하고 바람 때문에 무너지면 그게 방파제입니까?”…빼돌린 보조금은 30억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항구에는 기울어진 빨간 등대가 있습니다.
등대가 세워진 방파제 중간은 뚝 끊겨 마치 칼로 자른 카스텔라를 보는 것 같습니다.
고내포구 방파제 조성 공사가 이뤄진 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방파제가 내려앉기 시작한 겁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기울어진 등대, 끊어진 방파제…"바람과 파도 때문에?"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항구에는 기울어진 빨간 등대가 있습니다. 등대가 세워진 방파제 중간은 뚝 끊겨 마치 칼로 자른 카스텔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돌무더기와 테트라포드는 한눈에 봐도 바다 밑으로 푹 꺼져 내려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고내포구 방파제 조성 공사가 이뤄진 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일대에선 2022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년간 '어촌뉴딜300 고내항 조성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어촌 어항을 활성화한다며 각종 시설물을 정비하고 새로 짓는 해양수산부 주관 사업입니다. 고내리에는 사업비 37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문제는 공사가 마무리된 지 겨우 두 달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방파제가 내려앉기 시작한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울어짐은 더 심해졌고 방파제 한가운데는 아예 두 동강이 났습니다. 기울어진 빨간 등대를 보고 '피사의 등대'라는 조롱도 나왔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선 "부실 공사"라며 공분이 일었습니다.

공사 발주처에서 방파제 유실 원인으로 지목(?)한 건 '태풍과 파도'. 주민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방파제 역할이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건데, 파도하고 바람 때문에 무너지면 그게 방파제입니까?"
주민들은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제주시와 한국어촌어항공단에 대해서도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 '눈먼 돈' 어촌뉴딜 사업비…자격 미달 업체에 부실 공사까지
결국 제주해양경찰청이 바닷속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부실 공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뒤에는 30억 원이 넘는 보조금 빼돌리기와 불법 하도급이 있었습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어촌뉴딜300 고내항 조성사업' 원도급사 대표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도급사 대표 B씨와 감리 등 7명은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구속된 A씨는 2023년 8월부터 1년 동안 진행된 총사업비 95억 원 규모의 애월읍 고내항 공사 과정에서 하도급사 대표 씨와 짜고 공사 내용을 발주처에 허위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정부 보조금 30억 8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A 씨는 또 자격 미달인 B 씨 건설사에 하도급을 주면서, 그 대가로 2억여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 모래 지반 위에 쌓아 올린 방파제…두 달 만에 와르르
해경 수사 결과 하도급사는 불법 도급 공사를 진행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시방서에 기재된 내용을 준수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지역은 지반이 1.5~2m 깊이 모래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방파제 설치에 앞서 모래층을 긁어내고 그 위에 기반을 쌓아 방파제를 지어 올리는 방식으로 공사해야 했는데, 필수 공정이 빠진 채로 부실하게 지어 올렸다는 게 해경 설명입니다.
제주해양경찰청 김주영 수사과장은 "방파제 공사를 할 땐 수면 아래 지반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공법으로 공사해야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이를 무시한 게 문제였다"면서 "무리하게 바윗돌을 쌓고 콘크리트를 얹는 바람에, 모래가 침식되면서 방파제 전도가 일어났다.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격"이라고 밝혔습니다.
감리사 역시 일부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부실 공사로 인해 고내항 방파제는 복구를 위해 다시 사업비 5억 원을 들여 재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는 꼴입니다.
많은 선박이 드나드는 입구이기도 한 방파제가 기울어진다는 건 자칫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해경은 다른 사업으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개인정보보호위, 쿠팡 ‘1조원’ 과징금 부과 가능성 “중점 검토중”
- “조 청장! 국회 들어가는 의원 체포해, 불법이야” 경찰청장 증언 [이런뉴스]
- 이 대통령 “핵 없는 한반도 추구…남북 연락채널 복구 제안”
- ‘장동혁 배신자’ 외침에 멈칫…“잠시 조용히 있겠습니다” [이런뉴스]
- “파도하고 바람 때문에 무너지면 그게 방파제입니까?”…빼돌린 보조금은 30억
- 다목적실용위성 위성 ‘아리랑 7호’, 발사 후 지상 첫 교신·궤도 안착 확인 성공 [현장영상]
- ‘성추행 의혹’ 장경태, 고소인 맞고소…“대화 증거 확보했다” [현장영상]
- 20대 남성 모텔에 ‘셀프 감금’…왜?
- “한국이 그렇게 우스워요?”…국회서 쿠팡 질타 ‘쩌렁쩌렁’ [지금뉴스]
- 야밤에 음식점 창문 넘는 남성?…경찰, ‘상습 절도’ 60대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