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보고 느끼길"…심은경X미야케 쇼, 장벽과 경계를 허물며 '여행과 나날' [MD현장](종합)

강다윤 기자 2025. 12. 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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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행과 나날' 포스터/엣나인필름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말에서 자유로워진단 것'은 무엇일까. 배우 심은경과 미야케 쇼 감독이 이를 전한다.

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여행과 나날'(감독 미야케 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미야케 쇼 감독과 배우 심은경이 참석했다.

'여행과 나날'은 어쩌면 끝이라고 생각한 각본가 '이'(심은경)가 어쩌다 떠나온 설국의 여관에서 의외의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시작되는 2025년 겨울, 일상 여행자들과 함께 떠나는 꿈같은 이야기. 한국과 일본 양국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심은경이 각본가 이 역을 맡았다.

이날 미야케 쇼 감독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한 뒤 "심은경 배우와 함께 영화를 찍고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게 된 여정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둘이 함께 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한국 개봉 소감을 전했다.

심은경 또한 "평상시에도 너무너무 존경해마지 않는 미야케 쇼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게 됐고, 이 작품이 한국에서도 개봉해서 많은 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영화 '여행과 나날' 스틸/엣나인필름

'여행과 나날'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까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이다. 츠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海辺の叙景)', '혼야라동의 벤상(ほんやら洞のべんさん)'을 원작으로 한다.

쇼 감독은 "여름과 겨울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에서 맛볼 수 있으면 재밌지 않을까 했다"며 "원작자 츠케 요시하루의 유머와 인생관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만화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표한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싶었다. '이 영화 속에서 배우들을 어떻게 담을까' 생각하며 만화와는 다른 지점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서는 일본인 중년남성이 주인공이다. 쇼 감독은 "처음에는 그대로 시나리오를 쓰다가, 이 역할을 심은경이 연기하면 정말 재밌지 않을까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중요한 것은 국적, 나이, 성별이 아닌 캐릭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고 심은경과 함께 일하며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이번에 작업하며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여행과 나날' 스틸/엣나인필름

'여행과 나날'에서 심은경은 일본어로 대사를 소화하지만, 한국어 내레이션도 등장한다. 쇼 감독은 "심은경은 평소 나와 일본어로 대화한다. 정말 유창하게 잘한다"며 "그렇지만 한국어로 말하는 심은경 배우를 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심은경의 여러 다양한 모습을 영화 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언어가 필요했다"며 설명했다.

주연을 맡은 심은경은 '여행과 나날'을 통해 38회 닛칸스포츠영화대상, 36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이번 작품 연기 포인트를 묻자 그는 "이전과는 캐릭터 연구나 접근 방식을 다르게 했다. 이전에는 참고하는 영화나 래퍼런스를 많이 두고 나름대로 조화롭게 만들고, 덧붙이고, 빼는 작업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대본을 읽자마자 카메라 앵글 안에서 무엇도 하지 않고 그 가체로서 내가 서 있을 수 있을까 초점을 맞추고 연기했다"고 답했다.

이어 심은경은 "촬영하면서도 감독님과 모니터 앵글을 같이 보며 이때 어떤 식으로 움직이면 좋을지, 고개를 옆으로 돌릴지, 정자세로 가만히 있을지, 몇 걸음을 걸어야 앵글 안에서 잘 보일지 이런 세세한 부분을 함께 만들었다"며 "감정을 많이 넣어서 연기하는 것보다도, 관객들이 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기 자신을 투영시켜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많이 덜어내고,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여행과 나날' 스틸/엣나인필름

또한 심은경은 "언어라는 벽이 있고, 나도 여전히 일본에서 활동하고 연기를 하면서, 내가 연기한 '이'라는 각본가가 '언어라는 우리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런 걸 느낀다. 다른 나라 말을 온전히 내 나라 말처럼 느끼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영화라는 매체가 그런 장벽과 경계를 허물어주고, 그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이 온전히 본인의 감상으로 보시고 느끼고 체험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앞서 '국경을 넘는 무언가'를 말하면서 '무언가'에 대해 확실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 무언가를 느끼는 건 각자 자신 안에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낯섦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해 주는 게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여행과 나날'이라는 영화가 그러한 메시지를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 '여행과 나날' 스틸/엣나인필름

끝으로 쇼 감독은 "일본에서 개봉 전 무대인사를 할 때 평소 지치신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잘 다가올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좀 정확하게 표현을 못한 것 같아 정정하고 싶다"며 "매일 하루하루 열심히, 진지하게,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시고, 다음날부터 다시 또 진지하게, 열심히,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매일 이 세상에서 진지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편안한 시간을 누르시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계기나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여행과 나날'은 오는 12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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