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들 치매 신약 개발 잇단 실패... 기회 커지는 국내 바이오텍

박병탁 2025. 12. 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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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코텍 임상 1상, 아리바이오 3상 단계... 디앤디파마텍도 개발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존슨앤존슨(J&J)과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자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빅파마들의 신약 개발 고전은 국내 기업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 기업의 임상 성공 여부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Rybelsus)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3800명에게 2년 간 투여한 결과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리벨서스는 세마글루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그간 GLP-1 계열 약물이 뇌 염증·신경 보호 등에서 잠재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전임상·역학 데이터들이 나오면서 노보 노디스크가 그 효과를 살펴봤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세부 임상 결과는 오는 3일 알츠하이머학회(CTAD)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J&J도 알츠하이머병에서 문제가 되는 타우 단백질을 겨냥해 만든 실험용 항체 '포스디네맙(Posdinemab)'에 대한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 타우를 공격하는 치료제 후보물질로 꼽힌 포스디네맙은 임상 중간 결과 위약 대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우는 신경세포에서 미세소관을 안정화하는 단백질인데, 타우가 비정상적으로 변형·축적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신경세포가 망가져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저하된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임상에서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기업들에게 더 큰 기회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의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 실패로 나머지 개발사들의 개발 방향성이 개선되고, 빅파마들의 실패 약물에 대한 대체 수요 증가 등의 측면에서 국내 바이오텍 업체들의 기술 이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대표적인 알츠하이머 개발 기업은 오스코텍이 꼽힌다. J&J와 마찬가지로 비정상 타우를 표적으로 삼은 항체 약물(ADEL-Y01)을 개발 중이다. ADEL-Y01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비정상화된 타우에 달라붙어 타우끼리 엉키고 퍼지면서 신경세포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는다.

오스코텍은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데, 타우를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J&J와 같지만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아세틸레이션 된 타우(망가진 타우)의 중심부를 표적으로 삼아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며 "중심부를 표적으로 하지 않으면 말단부와 함께 항체가 떨어져 나가는 문제가 있는데, 우리는 중심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J&J가 개발하는 후보물질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기업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어 국내 바이오텍 가운데 가장 빠른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AR1001은 뇌 혈류를 늘리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면서 염증 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2022년 4분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3상이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삼진제약, 중국에서는 뉴코 유나이티드(Neuco United), 남미·중동 등에서는 아르세라 라이프 사이언스(Arcera Life Sciences)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고 개발·상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퇴행성 뇌질환을 표적으로 삼는 NLY02를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게 되면 뇌 면역세포가 과하게 흥분하게 되는데, NLY02는 뇌 면역세포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임상 단계로 전해진다.

이외에 약물을 뇌로 잘 전달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알츠하이머 치료 물질이 뇌로 더 잘 전달되도록 하는 BBB 셔틀 플랫폼(그랩바디-B·Grabody-B)을 개발하고 있다. 후기 임상 실패로 인해 이미 승인된 약들에 BBB 셔틀을 붙여 효율·용량·부작용을 개선하려는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츠하이머용 그랩바디-B는 전임상 단계로 전해진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잇단 임상 실패 속에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글로벌 시장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고령화 추세 속에서 개별 품목들의 점유율이 높지 않아 시장에 진출만 한다면 고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레카네맙도 시장 비중이 5% 내외로 점쳐진다.

레카네맙은 일본계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판매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인데, 에자이가 밝힌 지난해 레카네맙 매출은 2억 달러 수준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3년 기준 36억~42억달러(5조3000억~6조100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각 품목별 비중은 크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전체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60억달러(23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병탁 기자 (pp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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