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비만, 치료 필요" 인정…GLP-1 비만치료제 조건부 권장

이병구 기자 2025. 12. 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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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치료제 사용을 조건부로 권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치료제 사용을 조건부로 권장했다. 또 각국 정부가 비만치료제에 공평하고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WHO는 GLP-1 치료법에 관한 공식 지침을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WHO는 "비만은 유전학, 신경생물학, 섭식 행동 등 복합적 상호작용과 생활방식 변화, 식품 생산·마케팅의 세계화와 산업화로 인한 비만 유발 환경에서 기인한다"며 "전세계 10억명 이상이 영향받고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례가 증가하는 공중보건 도전 과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비만과 관련한 사망자 수는 370만명으로 추산된다. WHO는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2030년까지 비만 인구가 20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30년까지 비만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3조달러(약 44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GLP-1 비만치료제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를 각각 촉진·억제해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승인됐다. 2015년까지 식욕 조절과 포만감 촉진 등 중추신경계 영향과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만성 체중 관리 약물로도 승인됐다. 2025년 10월 기준 12종의 GLP-1 치료제가 제2형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로 승인됐다.

WHO는 GLP-1 치료제가 비만을 극복하고 관련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WHO는 첫번째 권고 사항으로 임산부를 제외한 성인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치료제를 6개월 이상 장기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권고된 GLP-1 치료제는 성분명(대표 제품명) 기준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오젬픽),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 3가지다.

WHO는 "약물 치료만으로는 전세계 비만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며 두 번째 권고사항으로 집중적 행동치료(IBT)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T에는 체계적인 운동과 식이 목표 설정, 에너지 섭취 제한, 주간 상담, 정기적인 치료 진행 상황 평가 등이 포함된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주요 해결 과제로 지목됐다. WHO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저렴한 GLP-1 복제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는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WHO가 비만을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사실상 인정하고 구체적인 치료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제 보건의료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이러한 지침이 비만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해 전세계적인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40%에 육박하고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도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며 "국내에서도 비만을 건강보험급여 대상 질병으로 재분류하고 예방-치료-관리를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의 주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미용 목적의 과도한 (GLP-1 치료제) 사용이 우려된다"며 "미용 목적의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권고안은 바쁜 일상 중에도 약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근본적인 생활 습관 행동 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존 와일딩 영국 리버풀대 심혈관대사의학 교수는 "WHO 지침이 환영받을 만하다"며 "치료제 접근성 개선과 더불어 식품 시스템과 신체활동 환경 검토를 포함한 공중보건 분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평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01/jama.2025.24288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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