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 주식은 늘리고 채권은 줄였다 [fn마켓워치]

김경아 2025. 12. 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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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미지.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NPS)의 자산배분 전략 변화가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고채 공급 확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소멸 등으로 국고채를 비롯해 회사채·특수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운용 규모는 오히려 줄고 있어서다. 이는 채권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을 유발해 기업 자금조달에 허들을 높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연간 국내 주식 운용 규모는 2024년 139조7220억원에서 2025년 211조9220억원(12월 1일 기준)으로 1년 새 약 7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국내 채권 운용 규모는 2024년 344조2910억원에서 2025년 321조4170억원으로 약 20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이탈 이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방어적 매수가 지수 하단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방어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채권 시장에서의 방어 기능은 소홀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국고채 발행 확대,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 일본발 금리 상승 압력 등으로 국내 채권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는 "정부의 추경으로 국채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외려 국채매수를 줄였다. 그렇다 보니 한전채, 특수채 등 수급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2.507%에서 지난 1일 3.045%까지 올랐다. 한전채 3년물 금리는 연 3.272%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금리도 연 3.481%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크레딧 스프레드(AA- 기준 회사채 3년물-국고채 3년물)는 지난 1일 기준 47.3bp로, 지난달 초 39.5bp에서 빠르게 확대됐다. 이는 기업과 금융권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 역시 최근 원화 약세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운용 규모는 지난해 430조9970억원에서 2025년 508조1590억원으로 1년 새 77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 2018년 말 112조9610억원과 비교하면 7년 사이 5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운용 규모는 108조9140억원에서 211조9220억원(2025년 12월 1일기준)으로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해외 자산 비중 확대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은 대규모 국고채 발행 물량 부담 등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고채 발행 물량은 사상 최대 수준인 13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연평균 국고채 순발행 규모가 30조~50조원과 비교하면 최대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규모 발행 물량이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서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채권시장 불안도 국내 금리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외부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일본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연 1.0164%로 17년여 만에 1%대를 회복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연 1.874%까지 오르며 2%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엔캐리트레이드 포지션 조정으로 이어져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부각된 지난 1일 국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956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국내 채권시장은 대규모 국고채 발행에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까지 겹쳐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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