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툼바 다음은 '김치볶음'…농심의 글로벌 도전기

김아름 2025. 12. 2.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겨냥 '신라면 김치볶음면'
김치볶음의 맵·단·신 맛 구현
한국 소비자에겐 다소 평이한 맛
농심의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가자

국내 라면 시장은 '불닭볶음면 챌린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까지 라면은 전형적인 내수 산업이었다. 국내 점유율이 곧 시장 점유율이고 제조사들의 매출 순위였다. 80년대부터 40년 넘게 국내 라면 시장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농심과 대표 브랜드 '신라면'은 한국 라면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 라면 브랜드들의 국내 점유율이나 국내 매출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 큰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국내 시장 매출이 연간 1400억원 안팎으로 신라면·짜파게티·진라면보다 아래다. 그렇다고 해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진라면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닭볶음면의 올해 글로벌 매출은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농심 '신라면 툼바'의 미국 현지 푸드트럭 이벤트 모습. / 사진=농심

불닭볶음면이 열어제낀 K라면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농심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작정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놨던 '신라면 툼바'가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K'스러웠던 신라면 볶음면의 실패를 교훈삼아 라면이면서도 라면같지 않은 맛으로 서양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 사이 세계인들의 입맛은 더더욱 한식과 가까워졌다. 이제 김치가 맵다고 고개를 젓는 사람은 드물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만드는 서양인들의 틱톡 영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K드라마와 K팝이 김치를 익숙한 외국 음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라면과 김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농심은 지난 10월 독일에서 열린 식품 박람회 '아누가 2025'에서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처음 공개했다. 서양권에서는 최근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를 말하는 '스와이시(Sweet+Spicy)' 트렌드가 유행이다. 한국인이라면 여기서 매콤달콤한 김치볶음의 맛을 떠올리는 게 어렵지 않다. 김치볶음에 면을 곁들이는 것도 물론 어색하지 않다. 농심이 다시 한 번 '김치 라면'을 글로벌 시장에 꺼내든 이유다.

김치볶음면

농심은 지난달 초 열린 '구미 라면축제'에서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정식 판매는 지난달 말 이마트 단독 판매로 시작했다.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는 이 제품을 이렇게 판매하는 건 국내 시장이 목표가 아니라서다. 국내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삼고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해외 소비자들을 겨냥한 이 '김치' 라면은 어떤 맛일까. 이마트 단독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구입해 봤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의 네이밍은 중의적이다. 김치맛 볶음면일까 김치볶음맛 면일까. 한국인이라면 이 차이를 대번에 느낄 수 있다. 포장만 봐서는 알기가 어렵다. 빨간 볶음면 위에 역시 빨간 김치가 올라가 있는데, 볶음김치라기엔 배추 심지가 살아 있다. 애매하다. 제품명을 잘 보면 추리가 가능하다. '김치볶음면' 위에 '매콤&고소'라는 표현이 붙어 있다. 볶음김치맛이라는 의미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의 건더기 스프와 액상 스프./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조리를 시작하면 이 라면이 볶음김치의 맛을 구현했음을 대번에 느낄 수 있다. 액상소스 때문이다. 액상소스를 뜯으면 새콤한 김치의 향과 함께 고소한 참기름 향이 가득 올라온다. 김치볶음에 라면 사리를 데쳐 넣으면 딱 김치볶음면이 될 것 같은데, 여기에 '신라면'의 아이덴티티를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긴 했다.

조리법은 평이하다. 늘상 먹던 볶음면의 방식이다. 액상소스는 다소 걸쭉하지만 참기름이 함께 들어 있어 잘 비벼진다. 김치 건더기는 없는 것보단 낫지만 푸짐하다고 표현하기엔 민망하다. 잘 비빈 후 먹어 본 신라면 김치볶음면의 맛은 거의 정확히 '예상한 대로'였다. 김치볶음에서 김치를 거의 다 건져먹은 후 남은 국물에 라면 사리를 볶으면 흡사한 맛이 날 테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새콤달콤매콤하고 맛있긴 한데, 너무나 예상 가능한 맛이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그렇다면 이 라면을 '글로벌 타깃' 제품으로 정한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아주 맵지 않으면서도 매콤하긴 하고 날 김치가 아닌 볶음김치이기 때문에 고소함과 단 맛이 더해졌다. 그야말로 '외국인을 위한 김치'다.

김치볶음 라면이 아닌 김치볶음면인 이유도 명확하다. 서양 소비자들은 국물 있는 라면보다 비벼먹는 '수프리스' 라면을 선호한다. 김치볶음면은 '볶음면'이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 제품이다. 적어도 앞서 출시했던 볶음너구리나 신라면볶음면처럼 '억지로 국물을 뺀' 느낌은 없다. 누구나 맛있어 할 김치의 맛을 잘 구현했다.

다만 이 제품을 리뷰하는 기자와, 기사를 보고 이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우리에게 맛있는 김치볶음의 허들은 너무나 높다. 우리집 김치를 푹 익힌 후 할머니가 짜 주신 참기름으로 볶아야 '맛있는 김치볶음'이다. 그에 비하면 신라면 김치볶음면의 맛은 딱 '평범한 수준'이다. 하다못해 '뜨빔면'이나 불닭볶음면 등 다른 볶음면류에 집김치를 곁들여도 되는데, 굳이 한 봉지에 1300원이나 하는 이 제품을 고를 이유가 있을까.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